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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고여행/일본

[일본_2004] 하코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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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일요일. 하지만 긴장 때문인지 일찍 눈을 떴다. 드디어 일본 여행의 마지막 날. 내일이면 다시 한국으로 떠야 한다. 막상 오사카에 도착할 때만 해도 일주일이 무척 길다고 느껴졌는데 이렇게 빨리 지날 줄이야…

많은 고민을 했다. 마지막 날 그것도 일요일인데 어딜 가는 것이 가장 영양가 있을까? 중론을 모아본 결과 답은 ‘하코네’. 도쿄에서도 비교적 근거리에 있으며 경치와 온천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더구나 짠이엄마나 나나 모두 하코네는 초행길이니 더욱 환영.

신주쿠역 2층에 있는 여행안내소

신주쿠역 남쪽출구 2층에 있는 여행안내소

일단 하코네를 가기 위해서는 ‘신주쿠’로 가야 한다. 신주쿠의 남문 출구로 나가 2층으로 올라가면 우리나라의 ‘여행안내소’ 같은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부터 ‘하코네’ 여행은 시작된다.

친구 말에 따르면 그 여행안내소에는 한국어가 가능한 사람이 있으므로 쉽게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한국어가 가능한 사람은 서쪽출구 여행안내소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웃었더니 한국어로 된 하코네 여행안내서를 펼치며 기차운임과 하코네 프리패스(하코네 지역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자유이용권) 등을 설명해주고 하코네를 투어하는 요령 등을 여행 안내서의 지도를 놓고 꼼꼼하게 설명해준다. 이 여행안내서는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여행 내내 가장 소중한 가이드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요금은 평일(월-목) 어른은 4,700엔, 아이는 2,350엔 하지만 우리는 주말 요금을 적용 받은 덕분에 5,500엔을 지불했다. 하지만 신주쿠에서 이 프리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하코네를 여행하는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방법이므로 강력 추천한다.

이것으로 하코네까지의 왕복기차요금과 하코네에서의 주요한 교통수단 및 입장요금은 웬만큼 해결이 된 것. 이 프리패스는 3일간 사용이 가능하다. 짠이 가족이 잡은 여행코스는 안내서에 나온 유람권장코스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 일단 신주쿠에서 목적지인 하코네유모토역까지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여기서 한가지 팁은 되도록 앞칸에 앉는 것이 좋다. 뒤칸은 가다 보면 조금 황당하지만 분리되어 다른 곳으로 가게 되어 있다. (이게 일상적이었던 것인지는 확인해보지 못했음.)

도쿄의 번잡함이 잠시 후 농가적 분위기로 바뀌더니 드디어 일본의 변두리 그리고 시골로 이어진다. 기차 창 밖으로 본 분위기였지만 왠지 도쿄 시내보다 변두리가 그리고 변두리보다는 시골이 더 마음에 끌렸다. 이렇게 정취에 취해가다 보면 어느새 하코네유모토역에 도착한다. 일단 도착하면 하코네 등산버스를 타고 ‘모토하코네’로 이동한다.

천년 삼나무 숲의 공기

버스는 프리패스를 보여주고 그냥 타면된다. 왠만한 교통수단은 이 프리패스로 해결된다. 버스를 타면 하코네 역 주변의 복잡하고 좁은 길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가는데 정말 무슨 곡예를 방불케 한다. 길은 내려오는 길 한 차선 그리고 올라가는 길 한 차선 이게 전부. 큰 버스가 가다 보면 서로 먼발치에서 기다려줄 정도로 좁은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 길을 넓히지 않고 최소한의 길로도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하코네에 내리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하여간 일본 여행 내내 따라다니는 비 때문에 그 좋은 경치도 마음 놓고 못보다니 아쉽기 짝이 없었다. 하코네 호수에서는 후지산 봉우리가 보인다는데 후지산은 커녕 온통 비와 먹구름 그리고 안개가 자욱해 하코네의 모습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이 숲을 거닐때 나는 냄새가 너무 좋았다.

우리 가족이 하코네에서 첫 번째로 맞이한 것은 ‘천년 삼나무 숲’. 이곳은 아름드리 나무의 몇 곱절하는 삼나무가 좌우로 하늘 높이 뻗어 있고 그 가운데로 작은 오솔길이 나 있다. 촉촉한 비와 나무가 품어내는 그 냄새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하코네 명물은 몇 가지가 있는데 호수 근처에 포장마차 비슷하게 오징어통구이를 파시는 할아버지도 있고 삼나무 숲 직전에 있는 세븐일레븐 앞에서는 꼬치구이를 판다. 그 꼬치구이 꼭 한번 드셔보길 권한다. 가격은 105엔인데 정말 맛있다. 특히, 닭 꼬치구이가 먹을만하다. 국내에서 파는 2000원짜리 닭 꼬치보다 훨씬 맛있다.

닭고치를 기다리는 짠이의 얼빵표정

삼나무 숲을 지나 약 15분 정도 도로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하코네마치에 도착한다. 그곳에서는 하코네의 화산호수인 ‘아시노코’가 있고 그 호수를 따라 유람선이 다니는데 그 유람선을 타고 이동한다. 물론 프리패스 이용이 가능하고 혹시 1등석에 타려면 운임을 더 내야 하는데 1등석에 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절대로 무리하지 말 것.

해적선 타고 화산호수를 건너

하코네 관광선은 특이하게도 해적선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도 해적선이라는 이름으로 운행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아쉬운 것은 그 호수에서 후지산의 봉우리가 보인다는데 날이 너무 흐려 도무지 볼 수가 없으니 안타까웠다.

뒤쪽으로 보이는 하코네 관광선, 해적선 모양을 하고 있다.

해적선을 타고 호수로 나가며 한 컷

약 40분 정도 아시노코를 가로 질러 도착한 곳은 토켄다이. 이곳부터는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는 곳이다. 하코네에 육로등산 코스가 있는지 몰라도 대부분의 등산은 모두 케이블카로 가능하다. ^^ 물론 이 케이블카도 프리패스로 프리패스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경치가 기가 막힐 것 같다. 물론 악천후로 인해 우리는 한치 앞도 볼 수가 없었지만 그 나름데로 스릴 있고 재미있었다.

하코네의 주요 산을 타고 넘는 케이블카

대통곡과 검은달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니 어느덧 해발 1000미터가 조금 넘는 대통곡(오오쿠다니)에 도착했다. 한치 앞을 보기 힘든 상황.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천연 유황 화산 계곡을 안보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약 30분을 걸어올라가니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온통 유황냄새가 진동해서 그런지 나무도 없고 노란 흙과 돌 투성이 그 곁에서 날개짓을 하고 있는 까마귀를 보니 정말 지옥이 따로 없었다.

이곳에는 유명한 먹을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유황의 펄펄 끊는 온천 물에 익힌 유황달걀이다. 유황물에 익혀서 그런지 검은색을 띈 이 놈은 6개에 500엔을 받는다. 한 봉지를 샀는데 그 옆에 있는 설명을 보니 이 달걀 한 개를 먹으면 수명이 5년씩 연장된다나? 우리 짠이는 그 설명을 들은 후 장장 4개를 먹더니 자기는 앞으로 무지하게 오래 살거라고 한다. 나원.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소운산까지 오면 그곳부터는 괘도열차를 타고 이동한다. 이렇게 케이블카를 타고 또 괘도열차를 타고 이동을 하다 보면 곳곳에 정류장들이 있는데 그 곳마다 명소들이 있다. 박물관, 명소, 체험공방, 공원, 음식점, 쇼핑센터 등등 아주 아기자기하게 가볼 곳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날이 좋지 않아 우리 가족은 대부분 지나칠 수 밖에 없었지만 다음 번에는 이 하코네에서만 한 3일 정도 머물자고 약속을 했다. 그 정도로 가볼 만한 곳도 많고 경치도 그만이었다. 열심히 일하고 정말 이 곳에 와서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한 며칠 쉬다 가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괘도열차를 타고 내려와 다시 등산전차로 갈아타면 그 차는 우리가 처음 왔던 하코네유모토역 안으로 연결이 된다. 이렇게 한 바퀴를 도는데도 무려 6시간 정도가 걸렸다. 역에 내리니 바로 신주쿠로 출발하는 기차가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못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기차에 몸을 실었다.

자욱한 안개가 모두 유황연기이다. 솔직히 냄새 지독하다.

먹으면 수명이 5년 연장된다는 유황달걀

이렇게 일본에서의 여행은 마무리가 되었다. 내일이면 그리운 고국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보고 싶다… 내 조국의 그 하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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