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_2004] 동네에서 놀기(9)

조금 이르게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 밤 촬영 때 몇 군데 봐났던 곳을 이른 아침에 가서 아침 촬영을 감행(그러나 아쉽게도 몇 장 못 건졌다..ㅋ.ㅋ). 요즘 서울에서의 토요일은 비교적 한가하기 마련이건만 도쿄의 토요일은 평일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분주했다.

Nikon FM, Nikkor 50mm f1.4D

거리 이곳 저곳을 찍고 들어오니 모두들 아침 먹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과 공원에 나가 야구도 하고 축구도 하고 한참을 같이 뛰어 노니 땀이 흐른다. 그런 와중 일본의 공원에서 재미있는 것 하나를 발견했다. 국내 공원과 차이점 하나. 일본의 공원에는 농구대가 없다. 우리나라는 어딜 가나 스포츠 시설하면 테니스장이나 농구장이 거의 필수처럼 되어 있는데 일본에서는 농구대를 보기 힘들었다.

예정에 없던 여행을 늘리고 보니 토요일의 일정이 애매해져 버렸다. 궁리 궁리하다간 어제 디즈니랜드에서 무리를 했기에 오늘 하루는 좀 쉬기로 결정. 동네 인근에 있는 정원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음… 첨에는 동네정원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보았는데, 만만하게 볼만한 성질이 아니었음.)

동네정원…음매 기죽어!

자전거에 아이 둘을 태우고 동네 정원이 있다는 곳을 향하다 보니 꽤 깊고 넓은 개천을 건너가게 되었다. 물론 다리 위로 개천을 건너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개천을 건너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속에 어른 팔뚝만한 잉어들이 유유히 수영을 하고 있고 자라들이 바위 위에 올라와 물기를 말리고 있었다. 세상에나 물은 또 그렇게 맑다니. 우리의 청계천이 복원된다면 과연 이 정도가 될지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2004년에 쓴 여행기라는 점 감안해주세요.. ^^)

Nikon FM, Nikkor E 28mm f2.8

그 개천에 감탄하고 있는 사이 정원 입구에 도착했다. 무슨 호텔에서 운영하는 정원이라고 하는데 그 입구는 아주 작았지만 그 속은 엄청난 규모와 연륜이 묻어나는 그런 정원이었다.(위에 나온 계곡 사진의 정면에 보이는 빨간색 건물이 그 호텔의 일부)

Nikon FM, Nikkor E 28mm f2.8

입구를 오르면 바로 500년 자란 은행나무가 정원의 장승처럼 지나가는 우리를 내려보고 있다. 호텔에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정원을 꾸미긴 했지만 그 전체적인 조화가 아주 사람을 소름 끼치게 만들 정도였다. 오솔길을 거닐다 보면 마치 과거로 돌아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저 멀리 호텔이 보이고 정원인지 숲인지 나중에 호텔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큰 숲 속에 머물러 있는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정원과 호텔의 조화가 참 좋았다.

Nikon F60, Nikkor 50mm f1.4D

Nikon FM, Nikkor E 28mm f2.8

Nikon FM, Nikkor E 28mm f2.8

Nikon FM, Nikkor E 28mm f2.8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가운데 자연을 만끽하며 걷다 보니 호텔 별관에서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상당히 서구적인 스타일의 결혼식으로 우리로 치면 야외 촬영하는 느낌으로 결혼식을 치르는 것 같았다. 세계 어디에서나 결혼을 치르는 분위기는 비슷한 것 같다.. ^^

그 정원에 감탄하며 호텔의 정문으로 나오니 길 건너편에 커다란 첨탑이 보였다. 바로 도쿄의 ‘성 마리아 성당’. 이날이 토요일이어서 그랬는지 이 성당에서도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그래서 뭐.. 점심시간도 다가와서 멋지게 점심 해결하리라 생각했지만 에게? 음식 냄새조차 나질 않는다…^^
성당은 현대식 감각으로 멋진 조형을 하고 있었다. 성당 내부의 재단 디자인도 수준급. 친구 부부들이 다니는 성당인데 말을 들어보니 일본에서 천주교 신자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이 사진은 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그래서 예전에 올렸던 사진을 그냥 씁니다..)

짠이네 여행기는 계속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