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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고여행/뉴질랜드

여행책에도 안나오는 오션비치(Ocean Beach) _ 헤브록 노스(Havelock 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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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도착 후 밤에 잠을 못자다보니 아침에 좀 늦었습니다. 당연한 것이 짠이와 짠이엄마에게는 오전 8시가 저에게는 새벽 5시이기 때문이죠. 비몽사몽하고 있는데 두 사람은 교회 다녀온다고 나가더군요. 하늘을 보니 아주 쾌청 그 자체였습니다. 구름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햇볕이 쨍한 그런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오션비치라는 곳을 가려고 합니다. 특별히 피크닉 준비할만한 것도 없고 해서 헤이스팅스 시내의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몇 개 샀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지도를 보고 출발. 짠이는 겨울에 한 번 와봤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날이 좋으니 녀석도 신이 나는 모양입니다.

헤이스팅스(Hastings)를 빠져나와 헤브록 노스을 지나니 곳곳에 키 작은 앙증맞은 포도넝쿨과 함께 와이너리들이 이어집니다. 경치는 두말하면 잔소리죠. 너른 들판과 높은 산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들, 먼 산에 심어놓은 키 높은 나무들은 마치 누군가 빗질을 한 것처럼 아주 정갈하게 줄을 맞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잠시 사진을 찍기 위해 정차해있다 출발하려는데 짠이엄마가 자동차 키를 넘겨주더군요. 이제부터 오른쪽 운전석에 익숙해지라는 겁니다. 도착 이틀 만에 말입니다. 사실 무척 헷갈리더군요. 차라는 것이 자칫 실수하면 바로 큰 피해를 볼 수 있기에 조심스러웠는데 하긴 그렇다고 짠이엄마가 더 잘하는 건 아니지만.. ^^

자신 있게 키를 받아 출발했습니다. 뉴질랜드의 도로사정은 그리 좋은 편이 못됩니다. 인구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자연주의가 자동차 도로에서도 그대로 느껴집니다. 일단 왕복 2차로이니 추월을 하려면 중앙선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죠. 물론 이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오른쪽 운전석에 앉으면 달려오는 차와 가장 가까이 스쳐가야 하기에 처음에는 참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자꾸 왼쪽으로 쏠리게 되어 위험하기도 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요령을 빨리 익히는 것이 중요하더군요. 일단 중앙선을 자신의 오른쪽 어깨 혹은 차의 오른쪽 끝선에 맞추고 달리면 적당한 간격 유지가 되더군요. 그 포인트를 찾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운전하기가 훨씬 편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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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오션비치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려가니 작은 언덕이 하나 나오고 그곳에 작은 전망대가 있더군요. 그곳에 차를 주차하고 아래를 보니 넓은 해변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태평양을 향해서 말이죠. 그게 바로 여행책자에도 나오지 않고 인터넷에도 소개되지 않는 현지인들의 천혜의 휴식처 '오션비치'입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마 주변에 온통 식당과 숙박시설로 가득했겠지만 이곳은 절대 그런 상업적 풍경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차를 주차하고 맨발이 되어 해변으로 들어섰습니다. 모래는 아주 고와서 무슨 분가루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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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아주 곱습니다.. 발의 감촉이 착착 감기더군요.

파도는 역시 높은 편입니다. 서핑하기에는 딱 좋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역시 스포츠의 나라답게 서핑과 카누를 타는 사람들도 꽤 있더군요. 파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약한 안개 같은 것이 계속 발생해 마치 더운데 누군가 가습기를 작동시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여간 사람들은 그 고운 모래 위에 누워 일광욕을 하면서 책도 보고 개들과 함께 신나게 뛰어놀고 짠이는 바다와 강이 합쳐지는 곳에 들어가 나무와 한참 씨름하더니 결국 옷을 온통 적시고 과감히 팬티 족으로 거듭났습니다. 캐릭터 팬티라서 좀 창피스럽다더니 막상 바다에 들어가 노는데 정신없이 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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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바로 옆에는 별장 같은 것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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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찜질 중인 짠이

해변은 정말 깨끗했습니다. 네이피어의 해변인 머린 퍼레이드가 있는 곳에 비교해 정말 천국 같은 해변이더군요. 물은 비교적 차가운 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햇볕이 워낙 좋으니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금방 따스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야 발만 담그고 있었죠. ^^ 짠이는 거의 3시간 이상을 바다와 해변을 오가며 놀았습니다. 이제 이곳은 본격적인 여름이니 해변과는 더더욱 친해질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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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향해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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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때깔이 아주.. 기가막힙니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이곳이 우리나라였다면... 참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일단 모여든 사람의 숫자 단위부터가 달랐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온통 해변 가득 사람들 차지였을 것이고 두 번째로는 아마 그 해변마다 주인이 있어서 돈을 내지 않으면 자리차지하기 힘들었겠죠. 또한 먹고 마시고 버린 쓰레기들로 온통 지저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주차장은 인사인해로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가는 언덕에서의 진입로에서는 늘 시비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고 주차장 주변과 해안주변으로는 온통 횟집만 즐비했을 테죠. 그러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없더군요. 지난번 거제도를 갔을 때도 해수욕장 주변에는 온통 민박과 팬션 그리고 횟집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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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와 정현아빠 조기 하늘 위에 반달 보여요?

우리는 안락하게 살기에 너무 인구가 많은 것일까? 아니면 그 만큼 먹고 살기가 팍팍한 것일까?... 정말 잘 사는 게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어준 오션비치. 정말 부럽기 그지없는 자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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