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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마시고

이상한 짜장면 그리고 장사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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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자장면이 고파질 때가 있다. 그런 날은 마치 니코틴 중독에 걸린 사람처럼 자장 중독자로 중국집을 향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한국 사람이라면 적정한 기간을 두고 자장면을 흡입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조금 이른 시간에 회사 근처 새로운 중국집을 방문했다. 매번 식사 후 산책을 다니며 유심히 봐 두던 곳이었는데 마침 기회가 되어 방문을 하게 된 것.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벌써 요리와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참으로 생경하다. 아주 젊은 엄마들이었는데 아마도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든 어디든 모두 보내고 함께 모임을 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덜렁 가게에는 나 혼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처음부터 생각한 자장면을 주문했다. 그런데 영 주문받으시는 분이 뭔가 시쿵둥하다. 주인장 같기는 한데 손님을 그냥 대충 맞는 느낌이다. 

 

자장면을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니 금방 자장면이 나왔다. 일단, 곱배기를 주문했는데 보통이 나왔다. 뭐 나온 거 그냥 먹자. 어차피 소식은 좋은 거니까. ^^ 오히려 손님이 참 긍정적이다. ㅋㅋ 

 

자장면 소스가 약간 묽은 느낌이다. 보통의 중국집 자장과는 확연히 좀 다르다. 알고 보니 여기 주방장과 주인은 정통적인 중국식이고 중국분들이셨던 것. 그래서 한국에서 자장면을 배울 기회가 없었고 나름 본인들이 해석한 자장면을 만들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약간 느낌은 울면에 자장소스를 섞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비비느라고 면을 들어보니 어라? 자장면의 면이 재미있다. 그냥 우리 국수인 소면이었다. 중면도 아니고 그냥 소면. 이건 머리털나고 처음 보는 자장면이다. 중국에서도 이런 면을 쓰는 음식을 먹어본 적은 없는 듯하다. 그냥 면을 못 만든 건지 아니면 실수인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 먹는 내내 무척 궁금해졌다. 

 

형태도 낯설었다. 이게 자장인지? 뭔지? 맛? 글쎄 맛도 낯설었다. 자장소스가 묽어서 힘이 좀 빠졌는데 거기에 매운 고추를 좀 넣어서 한국사람의 기호를 맞춘 것은 좋았지만 그렇다고 매운자장 스타일은 아니다. 재료는 좋은 것을 쓰는데 계속 궁금했다. 왜 면을 소면을 사용했을까?

 

나오며 주인장에서 자장이 참 특이하네요라고 나름 덕담을 하며 면을 소면 쓰시네요라고 물었다. 무언가 깊은 뜻이나 이유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너무나 황당하다. 

 

"저희는 면에는 신경을 안씁니다!"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갑자기 급격히 실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장사는 서비스가 80%이다. 고집스러움은 음식을 만드는 기술에만 해당된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나 자신의 음식에 대해 설명하는 기본기는 음식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하다. 물론 이건 모든 비즈니스에서 마찬가지다. 자신의 비즈니스에 궁금한 점을 가진 고객에게는 그것을 멋지게 아니면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본기가 필요하다. 아무리 대학 앞이라고 해서 그냥 대충 장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만약 여러분이 고객을 만나는 비즈니스를 한다면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설명이 언제든 필요하다. 그게 없다면 당신은 장사를 멈추고 잠시 생각해야 한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의미를 그리고 그 확신이 들어선 후 시작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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