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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손과 시장 그리고 온라인 장보기

음식문화연구가 푸드라이터 2020. 5. 25. 09:29

어린 시절 어머니 손을 잡고 시장에 가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어머니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꼭 쥐고 다녔다. 놓치면 안되니까. 그런데도 간혹 어머니는 내 손을 놓으셨는데 그때는 계산을 하실 때다. 아니면 본격적인 흥정이 될 때. 한번은 신촌시장(지금의 현대백화점 자리)에서 어머니 손을 놓쳐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한참 시장을 울며불며 다닌게 아니라 신기해하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멀리서 어머니가 내 이름을 마구 부르며 달려 오셨다. 온 시장 사람들이 모여서 나를 찾고 또 찾았다고 다행이라고 모두가 기뻐해주던 생각이 4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예전에는 장보기라는 것이 굉장히 사회적인 일상이었다. 물론 어떤 어머니들에게는 굉장히 전투적인 일이기도 했다. 단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어머니들의 치열한 삶과 시장 바닥에서 수많은 손님들과 겨루기를 하며 이익을 남겨야하는 장사꾼의 삶이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언컨택트로 인해 온라인 쇼핑으로 장보기를 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해지고 있다. 

비 윌슨이 지은 <식사에 대한 생각> 중에는 온라인으로 식재료를 구입하는 행동이 예전의 장보기와 비교해 점점 몰개성적이고 사적인 활동이 되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예전에 온라인 쇼핑이라고 하면 음반과 책이 전부였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는 의류같이 사이즈가 있는 제품들이 팔리기 시작하고 이제는 예전의 어머니가 하시던 수준의 식재료 장보기부터 집까지 판매가 되고 있다. 우리들의 어머니들이 이런 상황을 보면 뭐라고 하실까? 정없다고 하실건 너무나 뻔하고 혀를 끌끌 차실 듯하다. 장보기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지역 사회에 한정해 지극히 사회적이고 치열한 활동이었던 장보기가 이제는 굉장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의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이들과 시장을 같이 돌아보며 떡볶이나 순대를 먹을 수도 없고, 나같이 평생 잊어버리지 못하는 추억(?)이 생길 일도 없다. 이제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잠이 들기 전에 장바구니를 다시 확인하고 결제를 하면 새벽에 물건이 도착한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다보면 당연히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보다는 가공식품을 구입할 가능성은 점점 커진다. 우리 어머니들의 실제 장바구니에는 채소들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냉동식품과 같은 초가공식품을 더 많이 접하고 있다. 

예전보다 TV에서는 요리를 하는 장면을 더 많이 볼 수 있고 사람들은 그것을 즐기지만 막상 본인들이 그것을 해먹으려는 행위까지는 연결되지 않는다. 실제로 그들이 하는 요리는 화려하고 기술이 필요한데 그런 요리를 우리 일상에서 먹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3년 마이클 폴란이 <요리의 역설>이라는 이론을 주장했다. 재미있는 것이 요즘처럼 초가공식품을 통해 아주 간단해진 조리과정 이후 바로 먹을 수 있는 식사에 의존하게 된 후 사람들은 오히려 TV매체에 나오는 세프들의 요리 장면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이야기이다. 정작 본인은 전자레인지를 돌린 음식을 먹으면서 셰프의 요리 프로그램이나 다른 먹방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서 식욕은 더 자극되고 생각한 분량보다 더 먹게 되는 폭식이 일어난다. 이것이 현대인이 건강한 식생활을 못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점일 수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온라인으로 장보기를 할 때 업체들은 수익율이 좋은 제품을 주로 메인에 배치하게 될텐데, 물건을 잘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더구나 내가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없다면 금방 비만과 건강하지 못한 몸이 되고 만다. 먹는 것이 백프로다. 이제는 건강한 삶을 위해 장보기에서부터 스스로 가이드를 찾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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