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사용해봤을만한 종이 노트의 대명사 몰스킨. 오늘은 바로 그 제품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전 직장생활을 할 때는 회사에서 매년 노트를 만들었고, 그것을 나눠줬다. 친구나 거래처 회사의 노트까지 챙기면 그 해를 넘어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게 노트를 골라 쓰던 기억이 난다. 그 노트를 보통은 다이어리라고 불렀다. 매일같이 업무 약속이나 미팅시 메모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기업들은 다이어리를 만들지 않기 시작했다. 그래도 늘 메모하던 습관을 버릴 수는 없었다. 아무리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있다고는 하지만, 내 손으로 종이 위에 적는 것만큼 빠르고 정확하지는 못하다. 물론 이 습관도 지금의 10대들에게는 아닐지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필기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노트를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당시에 노트를 직접 사서 쓰려고 하니 애매했다. 양지사라는 굵직한 국내 제조 기업이 있었지만, 구입해서 사용하는데 보수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럴 때 등장한 것이 바로 <몰스킨>이다. 이 회사 노트와 다이어리는 그냥 <몰스킨>이라고 불렀다. 다이어리 vs. 몰스킨.
컴퓨터 시대가 되면서 종이는 죽었다고 했지만, 오히려 우리는 프린트를 더 많이 하고 있다. 또한 예전에 사용하던 다이어리도 이제는 디자인화된 새로운 노트(다이어리) 즉 <몰스킨>을 쓰고 있다. 프린트에서 쏫아져 나오는 종이 소비의 확대는 실용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이어리를 대체한 <몰스킨>은 상당히 감각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몰스킨이 초반에 광고에 사용했던 헤밍웨이와 피카소가 마치 자신들의 노트를 사용한 것처럼 스토리를 풀었다. 그것에 노출된 사람들은 실제로 그런줄 알지만 몰스킨과 헤밍웨이, 피카소는 전혀 관련이 없다. 몰스킨이라는 브랜드가 나온 것은 1997년 무렵, 작가들이 사용했던 노트의 외형을 몰스킨이 따라 했다는 것이 맞다. 어찌보면 팩트가 아닌 것을 슬며시 가져와 자신들의 브랜드에 접목함으로써 <몰스킨>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최고의 아티스트라는 느낌을 준 것이다. 격이 다르다. 양지사의 보수적인 다이어리와 비교할 급이 아니었던 것이다.
제품은 단순히 만든다고 이미지가 생기지 않고 팔리지 않는다. 그 제품에 어떤 스토리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살고 죽는 일이 벌어진다. 단순한 메이커로 남는다면 생존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제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아이콘이 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몰스킨>이 헤밍웨이와 피카소를 동기화 시킨 것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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