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을 워낙 좋아합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주 어려서부터 좋아했습니다. 어린시절에는 어머님이 시장에 가셔서 살아 있는 닭을 사면 그 닭집에서 바로 잡아주는 시스템이었죠.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아마들 기억이 날 겁니다. 닭들이 털뽑는 기계에서 탈수기 처럼 돌아가던 그 장면을... ^^
그때 먹던 백숙과 닭볶음탕의 맛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럴때마다 이상하게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기억은 가물해져도 내 혀는 아직도 어머님을 기억하다니.. 불효자가 따로 없네요.. 하여간 너무 먹고 싶어 직접 우물을 파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레시피도 받아놓고.. ^^
위 재료를 보면 좀 의아하실만한 것들이 있죠.. 초고추장.. ^^ 실험정신입니다. 고추장만으로 2% 부족할지도 몰라서... 그리고 감자와 고구마를 절반씩 넣기로 했죠. 일단 닭은 물에 잘 씻어서 담가 놓으면 피가 연하게 빠지더군요. 그리고 제가 한 일은 오븐에 닭을 먼저 굽는 일이었습니다. 기름도 빼고 닭의 맛을 1차적으로 내기 위한 조치였는데 결론적으로는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닭이 오븐에서 요리가 되고 있는 사이 나머지 재료들을 손 봐야 합니다. 닭볶음탕이 생각보다는 아주 쉽더군요.. ^^ 닭과 나머지 야채로 구성된 재료만 있으면 간단합니다.. ^^ 닭을 제외한 나머지 야채들은 양파 1개, 당근 1개, 고구마 1개, 감자 작은거 2개, 홍고추1개, 청고추 1개 이게 전부입니다.
닭이 오븐에서 열심히 익고 있는 동안 재료를 먹기 좋게 썰고 그다음은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른 후 고구마와 감자 그리고 당근을 넣고 볶아줍니다. 볶다보면 냄비에 너무 붙는 경우도 있는데 어느 정도 익었다고 생각되면 물을 조금씩 넣으며 자잘자잘하게 계속 야채들을 익혀주시면 좋습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야채들이 너무 물에 많이 잠기면 그 맛이 물로 빠져버리기에 물은 최소로 야채의 상큼한 맛이 날 정도로 익혀주는 것이 중요한 노하우인 것 같습니다.
이제 야채가 어느 정도 익었다고 생각되면 오븐에서 나온 닭을 넣고 한번 더 익혀줍니다. 야채들과 섞어가면서 닭도 적당히 익혀주는 것이 좋죠.. ^^ 이제 마지막으로는 닭과 야채가 적당히 익었다고 생각되면 물을 넣고 간을 맞춰야 합니다. 물론 닭볶음탕이니 당연히 간은 고추장으로 해야겠죠.. ^^ 고추장을 넣고 마치 카레처럼 저어주다보면 예전에 어머님이 해주시던 먹음직스럽던 붉은빛 닭볶음탕이 되어가더군요.. 전 여기서 잔재주를 부렸습니다.
초고추장을 조금 넣었는데 음.. 맛이 확실히 나질 않더군요. 그래서 무리를 해서 집에 여분으로 남아 있던 떡볶기 양념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아주 악재였습니다... 다 된 닭볶음탕에 재를 뿌리고 말았습니다..ㅜ.ㅜ 너무 달더군요.. 덕분에 짠이가 아주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뭐 못먹을 정도는 절대 아니구요.. 조금 달면서 스프맛이 난게 한가지 흠이었습니다.. ^^ 담에는 더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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