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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가젯

[카메라] 믿음직한 바디 Minolta 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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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취미로 시작한지 올해로 3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뭘 했나 잠깐 돌아보니 좀 허탈하기도 합니다. 작은 상자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슬라이드 박스 수십개와 필름 스캔 후 계속 모아오고 있는 CD 40여장이 전부더군요.. ^^

처음 친구 아버님의 유품이었던 Nikon FM + 28mm 렌즈로 사진을 시작했었는데 어느 순간 내 손에는 F3hp가 그 다음 Bessa R2가 그리고 이내 디지털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펜탁스 Ds에 올인. 한동안 그렇게 디지털에 빠져 있다가 결국 디지털의 가벼움을 또 한번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필름을 잡게 되었죠. 사실 펜탁스 이후 필름 카메라는 콘탁스 ST, 야시카 FX-D 등 CY마운트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중간에 콘탁스 T3의 독특한 똑딱이 맛에 빠져 로모와 7sII까지도 가봤죠.. ^^ 하지만 결국 콘탁스는 렌즈의 가격 압박으로 중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고민하던 끝에 내린 결론은 미놀타였습니다.


성능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는 가격 ^^ 더구나 마음에 드는 건 물론 귀하긴 하지만 렌즈가 나타내는 색감이 제 취향이었다는거죠. 하지만 미놀타 정확히 말하면 로커렌즈로 확정을 한 후 사실 꽤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X-700으로 가야 할까? 아님 다른 놈으로 할까? 중학교 시절 미놀타 RT로 사진을 처음 배웠기에 미놀타에 대한 추억은 많았지만 카메라에 대한 지식은 별로..ㅜ.ㅜ 더구나 카메라는 사실 자신이 써보기 전까지는 아무리 사용기를 달달 외워도 켤코 그 맛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로커클럽에서 상주하다시피 놀며 이런 저런 정보도 접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미놀타의 각종 SLR을 살펴보던 중 문득 이 녀석이 눈에 들어온거죠. 마치 운명처럼 말입니다.


XE와의 운명적인 만남

어떤 분의 사용기를 보니 라이카 R3의 클론이라는 XE.. 첫인상은 마치 니콘의 FM2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든든해보인다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그냥 첫눈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미놀타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가격은 또 얼마나 착한지요.. ^^ 더구나 내가 제일 애용하는 조리개우선 모드가 된다니 ㅋㅋ 결국 장터 매복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첨에 참 무식하게도 다른 분이 내놓은 XD에 예약을 했다가 취소하면서 좀 낭패를 겪었습니다. 다시 XE를 구한다는 구매글을 올리고 나서야 겨우 XE 구매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뭘 간절히 찾으시는 분들은 말이죠.. 구매글을 적극 이용하세요.. ^^ 그게 정신 건강에 좋더군요.. ^^) 그리고 내 손에 들어온 XE Silver 아.. 마치 제주도 은갈치처럼 알싸한 색상의 이 녀석을 손에 드는 순간 묵직하게 느무ㅡ무 맘에 들더군요.


음 어렵게 입양한 XE Silver와 MD Rokkor 28mm f2.8 렌즈입니다. 아주 이쁘죠..ㅋㅋ 기쁜 마음에 필름 하나 넣고 동네 한바퀴도 돌았습니다. 셔터의 느낌과 무게 모두 제가 원하던 그런 느낌이어서 얼마나 좋은지.. ^^ 아마 사진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느낌은 맘에 맞는 녀석을 잡았을 때의 행복감일 겁니다. 이 녀석이 딱 그랬습니다. 흐뭇한 느낌.. ^^ 물론 사진을 기계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명필이 아닌 이상 붓은 자꾸 가리게 되더군요.. ㅋㅋ 그래도 저렴한 녀석에 필이 꼽혔으니 그나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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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놀타 XE 모델은 일본의 미놀타가 한창 라이카를 짝사랑하던 1974년 11월에 태어났다고 합니다. 무려 지금으로부터 30년도 넘은 카메라죠. ^^ 실버 모델과 블랙이 있으며 일본 내수용이 XE, 미국 수출용이 XE-7, 유럽 수출용이 XE-1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각 기기들은 모두 똑 같은 모델입니다. 당지 수출 지역에 따라 브랜드에 차이를 준 것 뿐이라고 합니다. 특히 이 XE의 경우는 라이카 R3와 기계적 메커니즘이 똑 같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그 비교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똑 같더군요.. ^^ 물론 제가 라이카 R3를 만져볼 기회는 없었기에 뭐라 비교할만한 느낌은 없습니다. 나중에 정말 기회가 되면 같이 구비해보고 싶더군요.. ^^

카메라 바디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뷰파인더도 비교적 밝고 지침식 노출계는 오른쪽에서 조리개에 따라 잘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 일단 셔터속도는 1/1000까지만 지원됩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와인더에 함께 달린 다중노출기능과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애용하는 조리개우선모드 지원, 너무나 이쁜 셔터의 느낌, 특이하게 바디 뒷편에 달린 온/오프 스위치와 필름 카운터 등 모두가 이쁘기만 합니다. 솔직히 눈에 뭐가 씌었다고 해야겠죠.

 

몇 십년 지난 바디지만 모든 기능이 문제없이 작용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요즘 나오는 디지털카메라들이 몇 십년 후에도 멀쩡하게 작동될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제 책상에는 불과 2년전에 구입했던 작은 디카가 있습니다. 이거.. 요즘 작동할 생객을 안합니다. 디지털 기기의 약점은 사용하지 않고 상당 기간이 흐르면 뭔가 메커니즘에 문제가 발생한다는거죠.. 하지만 아날로그 기기의 경우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잘만 닦고 조이면 바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게 바로 기계식의 장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 친구가 다른 카메라에 비해 월등하게 뛰어난 녀석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겠죠. 셔터 스피드도 그렇고 시야율도 요즘 나오는 것들에 비한다면.. 94%라는 한계가 있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 마음에 들고 그 만큼 좋은 사진을 만들어준다는거죠.. ^^(최근의 제 블로그 사진들을 참고하셔요.. ^^) 이 친구 덕분에 50밀리, 28밀리, 45밀리의 로커렌즈와 M42 마운트 렌즈를 영입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12만원 정도 그리고 아시겠지만 렌즈들은 모두 5만원 안짝이더군요.. 물론 귀하고 비싼 녀석들은 10만원도 훌쩍 넘기긴하지만.. ^^ 다음엔 렌즈 사용기를 올려봐야겠네요.. ^^ 하여간 이 녀석 덕분에 가지고 있던 다른 카메라와 렌즈 모두 처분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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