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여행기는 2006년 버전입니다. ^^)
무더웠던 한 여름이 끝나고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니.. 이제 좀 살만하네요. 겨울이 다가오면 체력을 보충하는 곰처럼 사람도 가을이 되면 몸에 지방을 축적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됩니다. 여름동안 빠진 기를 보충하는 의미도 있겠죠. 그래서 달려간 곳은 충남 남당항 대하축제였습니다. 예전에도 다녀온 기억이 있었는데 대하소금구이를 처음 먹었을 때의 맛을 잊을 수가 없더군요.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는 대하철이라고 할 수 있고 그즈음 남당항에서는 대하축제가 열립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보면 홍성IC가 나옵니다. 안면도를 가려면 역시 이곳으로 나와야 하지만 남당항까지도 무척 가깝습니다. 홍성IC를 빠져나오면 대하축제를 알리는 각종 플랭카드와 표지판이 즐비하니 길을 찾기 무척 쉽죠. 한가지 주의할 것은 남당항으로 가다보면 중간에 <여기가 축제의 장> 혹은 <원조 가게>라는 곳이 나타납니다. 조금만 더 참고 가다보면 남당항이 나오니 중간에 미리 빠질 필요는 없죠. ^^
남당항에 가보곤 깜짝 놀랐습니다. 대하구이 가게가 바다를 가로막고 있어 항구라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먹고 살기 위해 가게를 뻘과 뭍의 경계에 만들긴 했겠지만, 바다를 통해 먹고 사는 남당항 가게가 바다를 막고 있는 것은 좀 아이러니했습니다. 사람들은 넓은 바다를 품에 앉고 대하를 먹으러 왔지 온통 대하 가게만 보러온게 아닌데 말입니다. 이런 문제는 이곳 상인분도 고민해볼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당항에 들어서면 우측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좌측으로 돌아서면 거기서부터 꽤 길게 좌우로 온통 대하구이 가게가 즐비하죠.
일단 안으로 깊숙히 들어와 어항에 싱싱한 대하가 많은 집을 골라 잡았습니다. 대부분은 바다가 보이는 오른편 가게를 선호하지만, 일행은 좋은 대하를 먹자는 일념으로 대하를 기준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 이름하여 먹보네, 가게 이름이 참 순박한데 일하시는 분들도 역시 순박하더군요.
요즘 이곳에는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전어와 대하가 아주 난리더군요. 가게 앞을 지나다보면 전어를 숯불에 올려놓고 그윽하게 굽고 있는 집들이 많았습니다. 대하를 먹으면 서비스로 전어구이도 나오니 모두 맛을 볼 수 있으니 걱정 마시길. 먹보네는 포장마차 분위기가 나는데 이른 시간이어서 손님이 없어 그나마 편하게 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자리를 잡고 대하를 주문했습니다. 시세는 1Kg에 3만원. 서울과 별 차이가 없어보입니다. 이정도 가격으로는 별 경쟁력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요즘 서울에도 똑같은 어항에 싱싱한 대하를 파는 포장마차도 많은데 말입니다. 반찬은 특별한게 없습니다. 마늘, 고추와 양파가 나오는데 양파는 정말 달았고 고추는 정말 매웠습니다. 매운거 좋아하는 짠이아빠도 잠시 고생을 했을 정도. 그리고 서비스로 개불, 키조개가 나오고 기름이 좔좔 흐르는 전어구이도 나옵니다. 전어구이는 머리부터 그냥 꼭꼭 씹어먹으면 됩니다. 더구나 숯불구이를 하니 풍미가 더 좋습니다.
잠시후 대하 1Kg이 냄비속으로 들어가 불위에 올려졌습니다. 잠시후 빨갛게 익은 대하들이 입을 즐겁게 해줍니다. 머리를 가위로 자르고 몸통만 먹는데 싱싱해서 그런지 껍질까지 먹어도 큰 부담이 없더군요. 잘라놓은 머리는 다시 한번 더 구워줍니다. 잠시후 바삭해지는데 그때 머리에 있는 기다란 뿔을 잡고 뒤로 잡아당기면 머리 껍질만 살짝 벋겨지죠. 나머지 머리를 입에 넣으면 바삭하고 마치 새우깡 먹는 소리가 나면서 고소한 맛이 입을 자극합니다. 사실 몸통보다 난 이 머리가 너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칼국수를 시켰습니다. 솔직히 칼국수는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바지락 대신 대하를 넣고 끓였으나 칼국수의 깊은 맛이 없고 김치가 그닥 좋지 않아서 칼국수의 깊은 맛을 살려주지 못하더군요.
하여간 2시간여에 걸쳐 참 잘 먹었습니다. 오랜만의 포식이라 그런지 배도 든든한데 일반 고기를 먹은 것과 달리 크게 부담이 없다는게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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