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반죽을 넓게 편 후 그 위에 토마토 페이스트와 치즈, 각종 토핑을 올린 후 오븐에 구워 먹는 음식 피자. 이탈리아가 원조라고 알고 있는 피자는 과연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음식일까?
인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피자의 조상은 사실 빵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 제20대 왕조의 파라오인 람세스 3세의 피라미드의 벽화에는 밀을 수확하고 가루로 만들어 그것을 반죽해 오븐에 넣고 구워내는 빵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 위에 치즈나 무언가를 올려 먹었다면 피자의 원조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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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그리스 시대에는 지금의 피자와 더 비슷한 빵이 등장한다. 그리스어로 피타(πίτα)라고 하는 밀이나 호밀로 만든 납작빵이다. 그리스어로 피타는 빵이나 페이스트리를 뜻한다. 실제로 피타는 토핑을 따로 준비하고 빵을 거기에 찍어 먹는 방식이니 피자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지금의 피자와 흡사한 빵은 트로이 사람들이 즐겨 먹던 포카차이다. 지금도 이탈리아에는 포카차가 피자와 공존하고 있다. 메인으로 먹는 피자와는 달리 포카차는 사이드로 먹는 경향이 크다.
나폴리의 예전 지명인 네오폴리스 때 트로이에서 전해져온 포카차에 효모를 넣고 빵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변형되면서 나폴리 피자로 발전했고, 이탈리아 북부의 라벤나 지역에서는 효모를 넣지 않고 구워서 다양한 재료를 넣어 먹는 케밥과 비슷한 피아디나 형태로 발전했다.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서기 997년에 쓰인 방앗간 임대 계약서에는 임대료로 피자를 내라는 항목이 쓰여져 있다. 이것이 글로 등장한 최초의 피자라는 단어이다. 그러나 막상 15세기까지 피자는 꿀과 치즈 그리고 다양한 허브를 올려 먹는 대중적이고 가장 서민적인 음식이었다.
피자의 고장인 나폴리에서는 본격적으로 토마토 페이스트를 쓰면서 꽃을 피운다. 남미가 원산지인 토마토는 16세기 스페인이 남미에서 유럽으로 가져왔기 때문에 피자와 토마토의 궁합은 사실 불과 500년 정도라고 봐야 한다. 과연 토마토가 없었다면 피자의 맛이 완성될 수 있었을까 싶다.
피자에 올라가는 토마토는 페이스트 혹은 마리나라 소스로 불리는 소스로 가공되어 올려진다. 토마토를 삶아 익힌 후 체에 밭쳐 씨와 껍질을 제거하고, 각종 향신료와 양념을 넣고 걸쭉해질 때까지 수분을 날려 캔이나 유리병에 담아내는 토마토 페이스트 혹은 마리나라 소스는 피자의 가장 중요한 매력 포인트이다.
세계대전 이후 피자는 그동안 로컬 푸드였으나 곧 글로벌 푸드로 변신한다.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군이 이탈리아에서 먹어본 피자의 맛을 못 잊어 미국에 피자가 전해지고, 미국으로 이민 간 이탈리아 사람들로 인해 이탈리아 피자 전성시대가 열렸다.
한국에는 1972년 처음으로 명동에 피자가게가 생겼다. 이후 피자는 생소한 음식이었고, 잘 찾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1985년 미국식 피자의 전형이라는 피자헛이 들어오면서 곧이어 다양한 피자 브랜드 매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본격적인 한국 피자의 시대를 열었다.
Paul,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빵과 효모 그리고 올리브 오일과 토마토, 치즈 등 숙성된 음식과 발효 음식의 조합으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은 피자. 오늘도 피자는 역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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