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은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모르고 먹을 때는 사실 이것 저것 따질 것이 없다. 그냥 먹는다. 그 행위 외에는 특별히 가치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알고 먹는 것은 좀 다르다. 모르고 먹는 행위가 먹방 수준이라고 알고 먹는 것은 일종의 미식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잘난척하자는건 아니고, 요즘 그저 많이 먹는게 주목받는 세태를 조금이나마 극복해보자는 노력이라고 봐주시면 고맙겠다.
하여간 막걸리와 전통주는 내가 알고 먹으려고 노력하는 특별한 분야 중 하나이다. 모르고 먹으면 그냥 술일뿐인데 알고 먹으면 그게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바로 술샘이라는 술도가에서 만들어낸 붉은 원숭이라는 프리미엄 막걸리에서도 여지없이 증명된다.
보통이 막걸리는 쌀이나 밀에 누룩을 넣고 발효시키는 전통주라고 알고 있다. 곡식이 우리의 주식이니 그것에서 술을 얻는 것은 어쩌면 아주 평범한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참 신기한 것은 물에 따라 지역의 비법에 따라 그 막걸리의 맛이라는 것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프랑스 와인처럼 막걸리는 지역주 즉 로컬을 베이스로 한다. 술이 되어 유통되면서도 막걸리는 계속 발효가 진행된다. 그래서 구입한 후 바로 먹을 때와 일주일 후에 먹을 때 그 숙성의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러기에 막걸이에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동네마다 다르고 무엇을 넣고 얼마를 넣고, 어떻게 발효 시키느냐에 따라 그 맛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먹어본 술은 보는 순간부터 신기해서 먹어보고 싶었다. 보통의 막걸리가 마트에서 구입하면 무척 저렴한데 이 녀석은 가격부터가 쎄다. 375ml 용량에 도수는 10.8도인데 가격은 6,500원이다. 요즘은 전통주 쇼핑몰들이 활성화 되어 있어서 온라인에서 구입이 쉽다. 그래서 바로 주문하고 맛을 봤다.
홍국쌀로 담근 프리미엄 막걸리
붉은 원숭이 막걸리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원료인 쌀에 있다. 보통은 쌀이나 밀을 사용하는데 반해 여기에는 홍국쌀이라는 것이 사용된다. 홍국쌀(Red Yeast Rice)이란 일반 쌀을 쪄서 홍국균(紅麴菌)으로 발효를 시킨 특별한 쌀이다. 발효된 쌀을 발효 시키는 것이니 무언가 좀 특별한 느낌이다.
홍국균에는 사람 몸에 좋은 건강한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 발효되는 과정에서 모나콜린K라는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민간의학과 본초강목에 나올 정도로 홍국은 소화불량과 설사를 다스리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소화를 돕는다고 나와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이미 10여년 전에 이 붉은색 홍국쌀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을 했다.
홍국쌀의 기능 중에는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심장병 예방, 대사증후군 치료, 염증 감소, 항암 등의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으니 붉은 원숭이 막걸리는 거의 약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그냥 붉은색 막걸리의 특징을 잡아 붉은 원숭이라고 하는 줄 알았는데 일단 홍국쌀 자체가 붉은색이고 이 술이 태어난 때가 2016년 원숭이해였다고 한다. 그래서 붉은 원숭이가 된 것.
도수도 10.8도가 된 이유는 약간 억지스러운 스토리를 만들어낸 듯하지만 108번뇌를 10분의 1로 줄여준다는 이유로 10.8도가 되었다고 한다. 느낌은 잔에 따르니 걸죽함이 있고 독특한 향이 느껴진다. 일반적인 막걸리 향이 아닌 약간 장미향 같은 느낌이 난다.
잔에 따르니 역시 붉은 색 기운이 역력하다. 독특한 향을 넘기며 입에 들어오니 산미가 느껴진다. 막걸리의 산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동 중에 냉장을 안했더니 더 발효가 된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산미가 강하고 향이 강하다는 느낌이 훅하고 밀려온다. 일단은 기대했던 그런 맛이 아니어서 나름은 실패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미엄 막걸리인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맛이라면 글쎄다.
요즘은 지역 막걸리가 정말 잘나온다. 최근에는 동네인 성남/분당 막걸리를 먹어봤는데 정말 괜찮았다. 전국을 대상으로 술을 파는 곳도 많겠지만, 붉은 원숭이는 대중성을 가지기에는 조금 부족한 맛이 아닌가 싶었다. 특이한 막걸리를 맛보고 싶다면 추천, 대중적인 맛을 원한다면 비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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