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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인문학

돈가츠, 돈까스, 돈가스의 유래

음식문화연구가 푸드라이터 2020. 8. 29. 10:41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식문화는 완벽히 차별화되면서도 적당히 서로에게 융합되어 있다. 참으로 묘한 관계가 아닌가 싶다. 서로의 식문화 속에 그 모습 그대로 자리 잡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적당히 그 문화와 섞이면서 다른 모습으로 색다른 정체성을 찾는 경우도 있다. 

 

자장면은 우리의 대표적인 중국요리지만 사실 중국 어디에서는 자장면 같은 음식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중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자장면을 보고는 신기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도공을 납치해 자신들의 그릇을 만들게 했던 일본은 어떨까? 자신들의 음식을 그 그릇에 온전히 담아 먹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문화를 가져가 다시 자신들의 문화를 담았으니 그때부터 벌써 일본은 타민족으로부터 무엇이든 가져오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는지 모르겠다. 

 

광과문 진미 돈가스

오늘의 주제는 돈가츠, 돈까스, 돈가스이다. 1970년대 10살 무렵 처음으로 아버지, 어머니 손을 잡고 경양식집이라는 곳을 갔다. 지금의 양화대교 당시에는 제2한강교라고 불리던 다리를 건너 양평동 롯데제과 근처였던 듯싶다. 이탈리아노라는 레스토랑. 여기가 내 인생 최초의 양식집이었다. 

 

그때 그곳에서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생선가스를 먹었다. 놀라운 맛이었다. 특히 돈가스는 어린 나에게는 완벽한 신세계였다. 사실 지금은 동네 어디에서나 돈가스를 먹을 수 있지만, 당시는 내가 먹고 싶다고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서양식인 줄 알았던 돈가스는 사실 일본 음식이다. 메이지 시대 서양으로부터 무엇이든 마구 받아들이던 일본은 식생활도 급격히 바뀐다. 675년 일본의 덴무 천왕이 불교 율법에 따라 육식을 금지했고, 메이지 유신까지 무려 1,200여 년 동안 일본인은 고기를 멀리했었다. 그러던 그들에게 서양인들이 먹는 다양한 고기 요리는 완전히 색다른 식문화였다. 

 

육식을 금지시킨 일본의 제40대 덴무 천황

특히 고기를 튀겨 먹는 커틀릿은 냉장 시설이 없던 당시 고기를 가장 안전하게 먹을 방법이었을 듯싶다. 그래서 커틀릿을 흉내 낸 음식으로 커틀릿의 일본식 발음을 따서 초기 돈가스를 ‘카츠레츠’라고 불렀다. 이것에 본격적으로 돼지고기가 들어가면서 지금의 돈가스가 탄생한 것이다. 당시 고기를 어색해하던 일본인들에게 먹이기 위해 빵가루를 둘러싸서 튀겼다고도 한다. 또한 처음에는 포크와 칼을 주었는데 칼로 찍어 먹던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그래서 미리 칼로 썰어주고 젓가락으로 집어 먹게 한 것이 일본식 돈가스의 원조 스타일이다.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 돈가스, 가락동 카츠현

일본식 돈가스의 원조는 일본 도쿄 주오구 긴자에 있는 연화정(煉瓦亭)이라는 가게라고 한다. 연화정은 돈가스뿐만 아니라 오므라이스나 하이라이스를 탄생시킨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은 지금도 긴자에서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벌써 창업 125년을 이어오고 있다. 

 

[125년 역사의 일본 긴자에 있는 연화정 홈페이지]

 

http://ginzarengatei.com/

 

ginzarengatei.com

[연화정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inza.rengatei/]

 

우리나라에서도 돈가스는 여전히 핫한 음식이다. 재미있는 것은 모두 비슷한 재료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가게마다 완전히 다른 맛을 가진다. 최근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와 명성을 얻어 고생하다(?) 결국 제주도로 넘어가 번듯한 가게를 차린 포방터 돈가스가 사람들의 주목을 모을 정도로 나름의 노하우와 레시피가 무척 중요한 음식이기도 하다. 

 

일본의 돈가스는 두툼하고 먹기 좋게 잘려 나오고, 소스를 부어 먹지 않고 찍어 먹는다. 그야말로 찍먹 스타일이라는 것.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일식 돈가스 집은 아무래도 명동 초입에 있던 명동돈가스가 아닌가 싶다. 여기는 실내 장식까지도 일본식 그대로 운영하던 곳이었다. 

 

그러면서 국내 경양식집 혹은 레스토랑에서 돈가스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한국 돈가스의 시대를 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경양식 집에서의 돈가스와 기사식당을 중심으로 한 돈가스는 마치 한국식 돈가스의 양대 산맥 같은 흐름을 이어갔다. 지금도 남산이나 성북동 쪽에 가면 수많은 기사식당이 왕돈가스라는 이름으로 돈가스 가게가 즐비하다. 경양식 돈가스는 일본식과 국내식의 융합이라고 한다면 기사식당식 왕돈가스는 완벽한 한국식 돈가스의 진화였다. 

 

남산표 기사식당 왕돈가스

일단 한국식 돈가스는 커야 했다. 그래서 머리를 쓰다 보니 두께를 넓게 펴서 돈가스를 크게 보이게 하는 마술을 부렸다. 그래서 얼굴보다 큰 왕돈가스가 등장했고, 그 사이드에는 고추와 깍두기가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해서 완벽히 돈가스가 반찬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고, 식품 산업의 발전에 따라 간편하게 해동해 튀기면 먹을 수 있는 레디쿡 돈가스가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학교 식당이나 단체 급식에서도 이제는 돈가스를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돈가스 춘추전국 시대 

 

이제는 고기가 넉넉한 시대이다. 덕분에 돈가스도 일본식이다 한국식이다의 의미도 없다. 오히려 이제는 일본이 우리식의 넓적한 돈가츠가 많아지고 있으니 세상일은 모를 일이다. 더구나 이제는 우리의 돈가스 문화에도 변형이 이뤄지고 있다. 얇은 고기로 차곡차곡 겹겹이 쌓은 돈가스도 있고 치즈가 들어가는 돈가스도 있다. 작은 돈가스도 있고 큰 돈가스도 있다. 

 

튀긴 음식은 결코 몸에 좋지 않다. 어르신들이 차라리 보쌈을 먹으라고 하는데 튀긴 음식만큼 중독성이 강한 것도 없다. 나에게 돈가스는 10살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즐거움 가득 담긴 추억이다. 그래서 그 맛을 잊지 못하고 가끔 몸에 안좋은 돈가스를 먹으며 지금은 모두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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