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틀면 먹방이 나오고 예능 프로그램에는 유명 셰프가 등장한다. 원래는 불어인 셰프(Chef)를 번역하자면 책임 요리사 정도가 될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주방을 책임지는 요리사를 셰프라고 하고 그 밑에서 그를 돕는 요리사들을 스탭이라고 표현한다. 주방은 불과 칼이 있는 곳으로 수술실만큼이나 규율이 강하다.
그런 셰프들도 예전에는 각광받지 못하던 직업인이었다. 매일 뜨거운 불과 싸워야하고 칼을 다뤄야하기에 몸도 마음도 고된 어려운 직업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손을 통해 만들어지는 음식의 퀄리티가 결국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이유가 된다. 어찌보면 참으로 정직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억대 연봉의 스타 셰프들은 극소수이다. 대부분의 셰프들은 하루하루의 매출에 목을 맨다. 식구들과 스텝들의 생활을 책임져야하는 진정한 셰프이기 때문이다. 미디어에 노출되어 한 몇 년 바쁘게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진심이 아니면 그것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은 3대, 4대째 내려오는 식당들도 주변에서 꽤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그런 대물림이 손맛의 대물림이 아니라 경영의 대물림인 경우도 많다는 것. 진정한 대물림은 손맛의 대물림이 아닐까 싶다.
셰프라는 말은 누가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이런 저런 설들이 많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집밥의 역사(신재근 지음)>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레스토랑 산업이 발달하면서 요리의 제왕이라고 불리던 프랑스의 요리사이자 요리연구가인 ‘오귀스트 에스코피에(Auguste Escoffier)’. 그는 주방 조직을 체계화하여 정리한 자신의 저서 <요리 안내(Le Guide Culinaire)>에서 주방 책임자를 ‘셰프 퀴지너(Chef Cuisinier)’라고 명명했다. 이때부터 셰프가 요리사를 의미하며 전 세계로 알려졌고, 직업인으로 확고한 위치를 갖게 되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우리는 시각적으로 보는 것은 무조건 믿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미디어에 등장한 셰프들에게는 무한한 믿음을 준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영향력을 키워간다. 그런데 사실 오늘 하루 먹는 식사를 준비해준 모든 분들이 진정한 셰프가 아니겠나? 방송에 나오고 안나오고 보다는 누군가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참 숭고한 일인지도 모른다. 먹방과 예능 셰프가 기세를 떨치는 이 시대에도 변방에서 불과 칼과 싸우고 있는 수많은 셰프들을 잊어서는 안될 듯하다.
[맛있는 쭈꾸미볶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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