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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뜬금없는 지자체 통합, 관변 홍보만 판을 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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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아파트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엘리베이터 앞에 홍보전단이 두툼하게 쌓여 있었다. 이슈는 성남/광주/하남시 자치단체 자율통합. 자율? 고개를 갸웃거리 게 한다. 도대체 뭐가 자율이라는 건지? 이미 시장들끼리 밀실에 모여 합의를 하는 뉴스를 보고 지역 주민이 알아버린 일을 자율로 포장하다니 살짝 괘씸해지는 순간이었다.

분당 일대 아파트단지에 배포된 것으로 추측되는 지자체 홍보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문구를 살펴보니 첫 문장부터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3개시 통합은 왜하나라는 질문 밑에 나오는 첫 번째 논리가 아래와 같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오늘날의 행정구역은 농경시대에 구획된 것으로 첨단 지식정보 콘텐츠를 낡은 그릇에 담고 있는 형태라 할 수 있음.

배를 잡고 웃을 일 아닌가? 스스로 전통적인 지역 구분을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낙인을 찍다니 이런 바보 같은 논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렇게 첫 문장부터 어이없게 만들더니, 이어지는 논리는 구체적인 사실은 전혀 없고 그저 감정적인 단어와 달콤한 유혹만 판을 친다. 메시지에 사용된 주요 단어는 아래와 같다.

지리적 동질성을 가진 이웃, 제2도약을 위한 통합은 불가피, 지역정서나 주민의사가 반영된 자율적 통합

도무지 유인물 어디를 봐도 왜? 통합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어지는 페이지에는 현재 분당 시민의 불만을 겨냥한 다분히 전략적인 Q&A가 이어진다. 물론 이 Q&A 어디에도 통합에 대한 발전적 대안은 없다. 그저 회자하는 소문에 대한 변명에 급급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마지막 장에 나온 통합건의서의 내용에서야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팩트가 등장하는데 겨우 이거 하려고 세금을 수없이 써가면서 통합을 하는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주요한 이슈는 다음과 같다.

1. 수정구/중원구 재개발 사업의 원활한 추진
2. 고도제한 완화 추진
3. 공동주택 리모델링 추진
4. U-CITY 성남프로젝트 구축
5. 판교메모리얼 파크 조성 철회 요청

도대체 이게 통합시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통합과 아무 상관없이 당연히 해야할 일을 통합을 못해서 못한다면 그게 직무유기가 아니고 뭐란 말인지? 좀 더 설득력 있고 분명하며 현실적인 메시지를 찾아보길 바란다. 없어서 못 찾는거라면 그냥 포기하시라.. 거짓은 거짓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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