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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자영업자를 죽이는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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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이 있는 빌딩 지하에는 여느 빌딩처럼 식당이 주류를 이룬다. 한식집 2, 중식당 1, 분식집 1, 쌀국수 1, 빵집 1… 대충 먹는 자영업자는 이 정도인 듯싶다. 그래도 역시 먹는 장사가 최고라고 슈퍼와 자잘한 옷 집, 부동산은 조용히 없어지는데 음식점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잘 가던 중식당 사장님이 한숨을 크게 쉬신다. 이유를 물어보니 주인이 터무니없게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해서 아무래도 옮겨야 할 것 같다는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자영업은 몫(터 혹은 자리)가 거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가까운 일본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 대대손손 같은 자리에서 영업하는 곳도 허다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분양을 받아 가게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되기 전까지는 이것조차 쉽지 않다. 결국, 중국집 사장님은 근처에 다른 가게를 알아보고 있다.

상가 간판에서도 음식점은 밀리는군요.. ㅜ.ㅜ

그런데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한 주인이 같은 중국집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것. 내가 알기로는 근 3년 전 같은 장소에서 하다가 잘 안되어 지금의 사장에게 임대를 주었는데 이제 얼추 자리를 잡는 것 같으니 그냥 나가라는 의미로 임대료를 터무니없게 높이 부른 것이다.


이런 사례가 약 3년 전에도 같은 사무실 지하상가에서 벌어졌었다. 아주 순박한 아주머니 두 분이 운영하시던 테이블 5개짜리 작은 한식당. 정말 음식이 맛있어서 단골이 되었던 집이었다. 그런데 이 집도 어느 날 느닷없이 주인의 황당한 플레이에 쫒겨나고 그 주인이 그 자리에 들어온 것. 너무한 것 같아 빈 가게가 많으니 한번 알아보라고 권유했고, 부동산 아주머니도 적극적으로 알아봤지만, 결국 손맛 좋던 아주머니들과는 영영 이별하게 되었다.

그 한식당도 결국 아주머니들이 고생해 터를 잡으니 주인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그게 얄미워 우리 사무실에는 그 집이 기피대상이다. 지금까지 3년여 동안 한 번도 그 집 음식은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버티는 것을 보니 그전 아주머니들이 얼마나 고생해 자리를 잡아주었는지 알만하다.

요즘 장사하기 정말 어렵다고 한다. 기업형으로 대단위 자본으로 움직이는 곳도 힘든데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이끌어가는 자영업자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는가? 그런데 그런 자영업자의 뒤통수를 치는 사람들도 역시 자영업자라는 게 영 기분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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