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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터미네이터 4 _ 난 과연 사람인가? 기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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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늦은 밤 드디어 기다리던 터미네이터4 : 미래전쟁의 시작을 봤다. 흔히 시리즈는 영화 하는 사람 처지에서는 참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작업. 전작의 성공 그리고 실패 다양한 구설수 때문이다. 더구나 일정한 아이덴티티에 고정되어 버린 관객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고민하는 감독으로서는 더욱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았을까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터미네이터 4, 정말 재미있게 잘 봤다. 1, 2, 3편의 신화인 아놀드 형님이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 향수를 맛볼 수 있었다는 것도 좋았다. 어차피 터미네이터에서 난 지금까지 어떤 철학적 결론을 얻지는 않았다. 그저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터미네이터는 나에게 꿈이었고, 나는 2시간 남짓의 꿈을 단돈 8천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런데 터미네이터 4는 나에게 철학적인 의미 하나를 던져 주었다. 영화를 본 이후 하루가 지나 곰곰이 생각하는데  마커스 라이트가 자꾸 내 머릿속을 맴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난 터미네이터 4의 주인공은 존 코너가 아닌 마커스 라이트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화려한(?) 기계와의 전투 장면보다도 마커스 라이트의 갈등이 더 섬세하고 흥미로웠다.


결국, 기계라고 판명되지만, 심장을 가진 그에게는 기계가 없는 영혼을 가진 기계 로봇이었다. 스카이넷이 반란군에 침투시키기 위해 비밀리에 만든 마커스 라이트. 최후의 순간까지도 인간미를 찾아가는 기계. 존 코너는 그의 심장을 기증받아 다시 살아나고 기계가 도저히 따라오지 못할 인간성에서 위대함을 느끼게 해주는 엔딩이 다른 시리즈에 비해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솔직히 기계보다도 못한 사람도 많은게 현실아닌가?)


극장을 나서면서 몇 년 내 터미네이터 5를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는 너무 대중적인 맥지 감독보다는 좀 더 실험적인 감독이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 그런데 늘 무대는 미국이어야할까?.. ㅋㅋ 글로벌한 터미네이터 5를 만들어도 좋을 듯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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