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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를 보고 영 찝찝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체한 것처럼 속이 답답한 심정. 영화로 체한 것은 영화로 풀어보자! 그래서 어린이날이자 결혼기념일에 기러기 아빠인 나는 노잉(Knowing)을 선택했다. 이 영화에 대해 아는 것은 단 하나, 레이님이 말해준 우주인이 나온다는 것. 생각지도 못했다. 재난 영화에 우주인이라? 하지만, 니콜라스 케이지라는 배우를 좋아하는지라 보고 후회하자는 오기가 생겼다. 노잉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히 시간을 죽이는 영화다. 호주에서 제작한 영화로는 썩 완성도가 높은 미스터리 SF 액션 재난 영화 ‘노잉’.
전체적으로 촬영과 조명 그리고 니콜라스 케이지의 묘한 심리 연기가 좋았다. 특이한 것은 미스터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히치콕 감독의 영화 기법이 묘하게 섞여 있다. 음향이 그것을 뒷받침해주는데 조명과 눈빛 그리고 음향 효과만으로도 음산한 분위기를 잘 만들어냈다. 감독인 알렉스 프로야스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완벽한 변신. 7년간 3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전작인 아이로봇에 비한다면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아주 강했다.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무리가 많다. 맨 마지막에 나오는 꿈같은 스토리. 어린시절 공상 과학 소설을 보면서 지구에 사는 인간도 어쩌면 먼 우주에서 온 생명체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것을 실제 영화에서 펼칠 줄이야. 마지막까지 가졌던 한 가닥 희망도 사라지고 지구는 아주 쉽게 불 타버리고 만다. 그동안 니콜라스 케이지가 보여준 해결사적인 카리스마가 최후의 순간에 나타나길 희망해보지만 그런 기적은 없었다. 인류의 마지막 구원 조차 철저히 계획되고 통제되는 결정론적 운명이 인류의 운명이거늘 모든 것이 우연이라는 운명론을 믿으며 아니 믿고 싶어하면서 살아가는게 문득 무기력하게 생각되었다.
영화를 본 극장은 오리 CGV였다. 이 극장만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음향이 컸다. 그래서 오히려 좀 불쾌한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다른 극장에서는 본 적이 없으니 이건 극장의 문제인지 아니면 필름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케서방이 마지막 장면에 자신의 메시지를 남겼다. 가족의 상처와 회복 그리고 사랑. 솔직히 처절한 지구 종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종말이라는 마지막 순간 나는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할까? 우리의 하루하루는 우리 모두의 종말인데도 나 스스로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것도 이미 결정되어 있는 스토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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