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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그리고 박쥐.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잠시 외도를 했다면 그는 박쥐로 다시 컴백했다. 하지만, 나는 박쥐에서 너무나 박찬욱 감독다운 느낌을 받아 오히려 실망했다. 올드보이가 복수하기 위해 금자씨와 합작하더니 결국 뱀파이어가 된 것. 박쥐는 나에게 너무 무미건조했다. 블랙 코미디도 아니고, 이야기의 의미도 잘 전달되지 않고, 베드신은 좀 식상했다. 그저 붉은 피가 난무하는 비린내 자욱한 영화. 아름다운 5월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영화다. 오히려 겨울에 개봉했다면 어땠을까? 감독은 어째서 5월에 개봉을 선택했을까? 이것도 사실 나에게는 의문이다. (결국 이 의문은 풀렸다. 바로 칸느 때문인 듯하다. 마케팅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보인다.)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분명히 그 느낌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역시 박찬욱이라고 감탄할 수도 있겠지만, 아주 단순한 재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좀 더 심하게 평한다면, 나에게 박쥐는 지금까지 본 박찬욱 감독 영화 중 가장 최악이었다. 어쩌면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조금 소박한 마음으로 봤다면 복수는 나의 것에서 이어지는 송강호와 신하균의 변함없이 비슷한 연기도 용서가 되었을텐데 말이다. 송강호와 신하균 때문에 솔직히 박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내가 지금 복수는 나의 것을 보고 있는지? 친절한 금자씨의 한 장면인지 헷갈리게 한다.
다만, 피 비린내 나는 영화 속에서도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는 박쥐를 명장의 영화로 살려준 유일한 보석이 아닌가 싶다. 특히 김해숙(라여사 역) 씨의 대사 없는 눈빛 연기는 일품이었다. 그녀의 연기력이 없었다면 김옥빈(태주 역)의 광기 어린 연기도 빛을 보기 어렵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사실 주연 중 김옥빈의 연기에 조금 놀라긴 했다. 주연으로는 박쥐가 처음인 듯한데, 송강호의 기를 누를 정도로 연기력이 돋보였다. 이러고 보니 이 영화 결국 김옥빈과 김해숙 씨 연기를 제외하고는 볼 게 없다. 노잉을 보려다가 노잉 본 친구가 재미없다고 보지 말라고해 박쥐를 선택했었다. 난 그 친구에게 말하고 싶다. 박쥐 말고 다른 거 보라고.. ㅜ.ㅜ
PS1. 송강호가 왜? 공사를 안하고 나왔는지 그 장면이 꼭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정말 의문이다.. (추가분 : 다른 분들의 해석도 한편 이해가 갑니다. 자신을 신격화 하고 있는 사람에게 스스로 악마임을 선언하는 장면에서 꼭 필요하다는... 하지만, 전 그렇게 적나라한 것이 불편했고요.. 오히려 중간 중간 이미지의 생략과 돌을 던지는 모습. 그리고 나머지는 사운드로 커버했다면 훨씬 더 박감독답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긴 이 컷 때문에 극장으로 몰리는 사람들도 있을테니 마케팅적으로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죠.)
PS2. 이 영화는 연인끼리 보기도 참 애매하고 그렇다고 절대 가족끼리 보면 안되며.. 더구나 신부님 혹은 교우와도 보기 어렵다.. 나 처럼 혼자본다면 모르지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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