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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저작권 때문에 울고, 웃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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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 6년 전 웹에이전시에 근무할 때였다. 당시 일본의 독도 망언 때문에 여러 기업이 독도 관련 온라인 캠페인을 펼쳤다. 모 통신사의 작은 배너를 만드는데 신입 디자이너가 실수를 했다. 원칙적으로 사내 이미지 라이브러리나 계약된 업체의 스톡 이미지를 사용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정도 게시될 작은 배너였기에 너무나 쉽게 인터넷에서 찾은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지방 언론사에서 독도 캠페인을 벌이는 기업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홈페이지 캡처 화면을 게시했고, 거기에는 그 신입 디자이너가 만든 배너가 노출되었다. 결국, 스톡 이미지를 사용하는 비용의 10배 이상을 주고 합의를 했다. 이것이 바로 저작권 때문에 울었던 사연이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당시는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모로 어렵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모 사이트에서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포착되었다. 심사숙고 끝에 우리가 프로라면 넘겨버려서는 안되다는 결정을 했다. 한번 울었던 사연이 있었기에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막상 내가 당하고 보니 그냥 지나치기에는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변호사와 상의하고 나서 변호사에게 처리 과정을 일임했다. 다행스럽게 합의를 보았지만, 당시 어려운 자금 상황에서 단비의 역할을 해주었다. 그래서 웃었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저작권 위배도 거의 없었던 듯...

최근 저작권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누리꾼이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복사해서 사용하던 습성이 지금의 저작권 문제를 일으키는 출발점이 아니었나 싶다. 예전에는 회사를 제외하고 집에서 사용하던 컴퓨터에는 정품 소프트웨어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별다른 죄의식이 없었다. 일종의 범죄적 무의식이 우리 모두의 죄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컴퓨터에 익숙한 세대는 이런 범죄적 무의식이 더욱 강하다. 이런 무의식은 결국 국내 최고의 포털 네이버에서 꽃을 피운다.

맥을 쓰면서는 대부분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의 문제는 스크랩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쉽게 다른 사람이 어렵게 만든 정보를 내 블로그로 가져오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설정도 가능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복사해 가져가는 경우도 많다.) 웃지 못할 일은 그렇게 정보를 송두리째 자신의 블로그에 옮기는 기능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면서 누구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못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은 이런 정보 스크랩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 문제점을 이야기해주면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내 탓이다.

스크랩을 허용하지 않았는데 귀신들 같이 가져가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을 악용하는 집단도 있다. 아주 작은 부분까지 비상업적인 요소까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단속하고 형사고발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울며겨자 먹기로 합의를 하지만.. 나도 울었던 경험에서 배웠지만 누구에게 호소할 수도 없는 일이다. 모든 잘못은 내 탓이기 때문. 지금도 기업 일을 하게 될 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바로 저작권 부분이다. 이번 5월에는 지금까지 단발로 하던 영상 프로젝트를 좀 키워서 진행하게 되었다. 벌써 지금부터 자료화면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하지만, 이렇게 꼼꼼하게 사전에 관리하지 못한다면 지금은 웃어도 나중에 울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미리 준비해야 한다.

웹 심리학 - 10점
가와시마 고헤이 지음, 미디어브레인 옮김/라이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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