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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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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살 어머님의 유산 중 아직도 몇가지가 살아 남아 있다. 그 가운데 고미술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 앞으로 꾸준히 여기에 정리를 해볼까 한다. 많지는 않으니 곧 다 정리가 될 듯하다. 먼저 떡살이다. 떡살은 예전에 절편을 만들면서 거기에 문양을 넣을 때 사용하던 도구이다. 보통 원형으로 되어 있는 도구는 도자기로 만들고 길게 생긴 것들은 나무틀에 만든다. 어머니는 이 절편을 참 열심히 모으셨던 것 같다. 집에 여러개가 있는데, 내 방에 있는 녀석만 모아봤다. 모두 투박하다. 아주 깔끔하게 생긴 미술관에서 보던 그런 절편과는 좀 차이가 있다. 투박하면 투박한 무늬가 찍히겠지 .. 그래도 이 녀석을 가까이 두고 있는 이유는 (무생물이라고 반말은 아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을텐데) 이 분에게서 어머니의 숨결..
버터라이스, 어린 시절의 추억 그리고 어머니 최근 만화와 드라마를 독파해버린 일본의 . 만화와 드라마 모두를 만족한 것은 오랜만이었습니다. 이렇게 감성을 건드리는 창작물을 보고 나면 마음 한쪽이 따뜻해지면서 술 한잔한 것처럼 기분이 업 됩니다. 그런 따뜻한 만화 에는 다양한 일본 음식이 등장합니다. 그 중 5권에 등장한 버터라이스를 보는 순간.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버터라이스에 얽혀있는 만화 주인공의 추억만큼 나에게도 버터라이스는 특별한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죠. 버터라이스는 만들기도 쉽습니다. 따뜻한 밥에 버터 한 조각 그리고 간장 조금. 이게 버터라이스를 만드는 모든 것입니다. 어린시절 남대문에는 도깨비 시장이라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물품을 파는 곳이 있었습니다. 지금 그 상가는 수입상가라는 이름으로 현존하고 있죠. ^^ 당시 도깨비 시장..
두부찌개, 겨울의 별미 명절이 다가오면 아버지는 아주 오래전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자주 하신다. 겨울이 되면 만두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하시고, 주택에 살던 시절 엄동설한 한겨울 김장독에서 빨간 김치국물을 퍼와 온가족이 밤참으로 먹던 김치말이국수 이야기도 하신다. 어린시절 무척 입이 짧았는데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해주신 김치만두와 김치말이국수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세상 어디에서도 그런 완벽한 음식을 만나본 적도 없다. 안타깝게도 어머니의 김치만두와 김치말이국수를 못 먹은지 20년이 넘어가는데도 그 맛은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니 참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월 1일. 아버지가 병원에 다녀오시더니 통 입맛이 없으신데도 갑자기 예전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빨간 두부찌개가 드시고 싶다고 하신다. 바로 인터넷을..
요양병원으로 어머니를 보낸 자식의 변명 최근 추척 60분에서 요양병원을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블로그스피어에서도 이 프로에 대한 후기와 이야기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대부분 고발 내용에 대한 비난과 의료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다. 하지만, 난 이 모든 글을 접할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묵직하게 불편해짐을 느낀다. 추적 60분에 의하면 난 어머님을 현대판 고려장 시킨 불효자이기 때문이다. ㅜ.ㅜ 지난 서울올림픽의 개막식은 내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 1988년 9월 17일… 집에서 샤워를 하시던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당시 세브란스 응급실에서는 어머니를 받지 않았다. 베드가 없다는 변명이었지만 내가 볼때는 가망이 없으니 돌아가라는 의미로 들렸다. 결국 서울 시내에서 받아 준 곳은 영등포구청 뒤에 있던 이름도 기억나..
그리며.. 16년동안 외롭고 힘들게 병마와 싸우시다... 주님 곁으로 떠나신지 .... 3년이 흘렀습니다. 참 고으셨었는데, 떠나실때는 성한 곳이 없으실 정도였습니다. 16년동안 수차례 고비를 넘기고... 한밤이나 새벽에 구급차를 타던 생각... 그래도 아프셨던 기억은 없고... 내 어린 시절, 고으셨던 자태로 남아 있는 어머니... 근데 제일 힘든건 말씀이 없으시네요... 16년 중 약 10년 넘게 언어 능력을 잃어버리셔서... 어머님의 목소리를 못들었더니.... 어머님의 목소리가 기억나질 않네요... 언젠가 주님 곁에서 뵙겠지만... 그때는 말씀 하시겠죠? "요한아... 나 때문에 고생많았다." 어머님... 정말 보고 싶습니다... Press Published by Zoominsky 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