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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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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의 미학 불과 1년 전 평생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보내셨던 장인어른이 사랑하는 가족의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1년. 낙엽과 깊어가는 가을 하늘 어디에도 당시의 큰 슬픔은 없더군요. 어찌 보면 좀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헤어짐을 반복하다보니 스스로 마음 깊은 곳에 내성이 생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헤어짐의 내성... 그래도 아버지 덕분에 온 가족이 함께 모였습니다. 처가는 식구가 좀 많습니다. 두 분의 금슬도 무척 좋으셨던 것이 아닐까? ^^ 1남 6여. 7공주가 될뻔했지만, 다행히도 처남이 뒤에서 두 번째로 태어났기에 이번 제사에서도 모든 것을 다 챙길 정도로 든든하더군요. 저는 첫째 사위입니다. 동네 분들은 자꾸 다섯째 사위와 혼동을 하시는데 저야 기분 좋은 일이죠. ^^ ..
초기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지난주 월요일 아버님이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각종 검사와 MRI에 이어 신경정신과 검사까지 원래는 혈당 조정이 전혀 되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었죠. 지금도 인슐린을 하루 세 번 투여하는데도 아직 들쭉날쭉.. 그런 와중 각종 검사 끝에 어제 드디어 ‘초기치매'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깜박깜박하시던 상황.. 간혹 말씀을 잘 못하시던 것 어머니와의 옛날 추억을 수시로 꺼내시던 것.. 그렇게 잘 쓰시던 필체가 이상하게 변하신 것, 의연하시던 분이 갑자기 어린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시던 것, 그리고, 늘 우울하신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시던 것. 약물치료를 해야한다는군요. 병원에서는 5주짜리 치매 가족 무료 강의가 있던데 시간이 되면 들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암을 앓고 계시기에 1년 생존 진단을 받으셨..
묵은 사진과 하루 일과 지난봄. 계절을 속일 수 없듯이 아파트에도 벚꽃이 피었다. 당시 폰으로 찍었던 사진을 인제야 백업했다. 옴니아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기능은 바로 사진/동영상 기능. 500만 화소인데도 썩 유용하게 사용했었다. 옴니아2에서는 HD 수준이라는데 가격이 얼마일지..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폰은 나에게는 불편하다. 특히, 기계적인 불편함 보다는 인터페이스에 대한 불만이 크다. 빌어먹을 윈도 모바일.. 정말 욕만 나온다.. 어찌된 것이.. 윈도 3.1 때와 똑같은 느낌일까? 휴대폰이 쓰다 보면 느려진다.. 점점 느리게... 무슨 음악도 아닌데.. 오늘 하루도 정신이 없었다.. 점심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아버지의 SOS.. 결국 분당으로 아버지 집에 모셔다 드리고 2시 30분 명동에서 미팅.. 다시 사무실.. 사무실 ..
응급실 다녀오기 오늘 아침부터 춥다고 하시더니 결국, 퇴근하고 나니 끙끙 앓는 소리는 하신다. 몸살이 나셨나 하고 체온기로 측정하니 정상 체온이다.. 하지만 좀처럼 좋아지지 않아 밤 11시경에 드디어 응급실 짠이모가 노인 우울증 증상 중 그냥 아픈 때도 있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 내가 아무리 잘 살펴봐도 특별한 증상은 없어 보이는데.. 각종 검사에 엑스레이까지 찍었다. 응급실에 사람이 정말 많아.. 기다림의 연속 새벽 1시 반이 되어서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다고 퇴원 조치.. 병원에 계신 동안 앓는 소리도 안 하시고.. 시간이 조금 지나니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신다.. ㅜ.ㅜ 마치 아이가 되어가는 것 같다.. 아무 이유없이 학교 가기 싫어서 내가 칭얼거리던 어린 시절이 갑자기 떠올랐다... 당시에는 결석하기 위해 꾀..
My Father 2009 아.버.지 이제는 몸도 많이 약해지시고 생각도 많이 약해지셨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언제나 아버지시다... 어제는 아버지의 84번째 생신. 집에는 단촐하게 저와 아버지만 함께 했지만... 생일 케이크를 받으시니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신다.. ^^ 아.버.지 언제나 아버지는 나에게 산타클로스이다. 어린시절 내가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해주시던 산타클로스... 요즘 나의 산타클로스가 많이 아프시다... 아버지.. 힘내세요.. 파이팅!
아버지의 삶 그리고 아들의 삶 올해 어버이날은 어느 때보다 마음이 무겁다. 홀로 남은 아버지의 건강이 불과 두 달 전에 비해 급격히 나빠지셨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16년 동안 간병하시고 얻은 전립선암이 전이는 되지 않았지만, 약이 독하다 보니 몸이 많이 상하신 것 같다. 이제는 기력을 잃으셔서 밥도 제대로 못 드실 정도가 되었다. 누가 없으면 거의 드시질 않으니 걱정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병원에 입원하실 정도는 아니지만,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도움이 필요하시게 되었다. 특히, 점점 하체 힘이 약해지시는 것과 정신이 오락가락 하시는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 최근 드신 약이 마약성 진통제인데 그것을 드시고부터는 집에 어머니가 와 계신다고 하고, 어느 날 문득 교회에 다녀오는 차에서 엄마 언제 오냐고 물어보시고, 이내 돌아가신 것을 아시고는..
두부찌개, 겨울의 별미 명절이 다가오면 아버지는 아주 오래전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자주 하신다. 겨울이 되면 만두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하시고, 주택에 살던 시절 엄동설한 한겨울 김장독에서 빨간 김치국물을 퍼와 온가족이 밤참으로 먹던 김치말이국수 이야기도 하신다. 어린시절 무척 입이 짧았는데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해주신 김치만두와 김치말이국수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세상 어디에서도 그런 완벽한 음식을 만나본 적도 없다. 안타깝게도 어머니의 김치만두와 김치말이국수를 못 먹은지 20년이 넘어가는데도 그 맛은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니 참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월 1일. 아버지가 병원에 다녀오시더니 통 입맛이 없으신데도 갑자기 예전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빨간 두부찌개가 드시고 싶다고 하신다. 바로 인터넷을..
새해 첫날 음급실 그리고 병원밥 짠하고.. 짠이아빠에게도 새해가 밝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멀리 있는 가족들과 새해 인사 전화 때려주고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했다. 어제 준비해놓은 사골국물을 끓이고 저녁에 물에 담가 놓았던 떡도 잘 씻어주고 퇴근하면서 사온 손만두도 준비해 놓았다. 그런데 아버님 표정이 좋지 않다. 분명 어딘가 불편하신게다. 결국, 맛있게 떡국을 먹고 난 후 집 근처에 있는 분당서울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워낙 그 병원에서 계속 외래 진료를 받고 계신데 않좋아지면 그냥 응급실로 들어와 치료를 받으라고 했단다. 오래되신 병이고 이미 한차례 수술을 받으셨는데 바로 전립선암이 지금 아버지를 괴롭히는 주범이다. 계속 항암제를 드시지만 이미 81세라는 연세 때문에 암의 발전 속도는 빠르지 않다. 그래도 가끔 힘드실 때가 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