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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마시고

송년회식, 킹크랩 쪄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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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30일 회사 전통에 따라 직원들과 함께 송년회식을 했다. 창립 첫 해에는 레지던스를 빌려서 킹크랩을 직접 사와 쪄 먹었고, 그것이 어느덧 전통 비슷하게 되더니 두번째와 세번째  송년회식은 지금의 사무실을 이용했었다. 그런데 킹크랩을 쪄 먹는게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먹을 때까지는 좋지만 먹고 나면 온 사무실 안에 킹크랩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킹크랩 가게로 직접 찾아갔다. 잠실 석촌호수 주변에 있는 놀부보쌈 바로 옆에 있다. 수조에서 킹크랩을 고르면 바로 쪄주고 자리와 기본 반찬 등은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좋았던 것은 술은 직접 가져와서 먹어도 된다는 것. ^^

자리를 잡으면 간단한 반찬과 함께 홍합탕이 나오는데 이거 아주 맛나다.

가게는 생각보다 작았다. 4인 테이블이 6개 그리고 동그란 탁자가 3개 놓여있는 구조. 하지만,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젊으신 두 분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인상도 좋고 어찌나 서비스 정신이 좋던지. 킹크랩은 연말 대목이라서 그런지 가격은 상한가다. 1마리에 7만원 정도하는데 1킬로에 4만원이 넘는 수준이니 불과 두어달 전보다 2배나 올라버린 것. 이날 다섯명이 킹크랩 3마리를 봐버렸다. 거기에 2008년 송년회식을 위해 비장의 무기로 깊숙히 숨겨놓고 기다리던 샴페인 3병까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샴페인을 결코 우습게 보지 말지어다. 나 우습게 봤다가 사무실로 옮겨 먹던 2차에서 사무실 바닥에 붙어버리고 말았다.(술이 과해지면 자는게 특기ㅜ.ㅜ) 너무 기분이 좋아 벌컥벌컥 마신 것이 알콜 분해하는 타이밍을 못마친 것이다. 이날 등장한 샴페인은 총 3개국 제품. 미국과 스페인 그리고 샴페인의 본고장인 프랑스.

미국 대표 선수 브룻

미국에서 온 것은 브룻(BRUT)으로 와이너리는 도멩 세인트 미쉘. 미국 회사같지 않지만 미국이 맞다. 이 브랜드는 미국의 위싱턴주 콜롬비아 밸리에서 나오는 포도로 만들며 알고 보니 브룻은 미국의 스파클링 와인 시장점유율 1위라고 한다. 가격도 연도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결코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맛은 바디감은 미디움, 과일향이 좋았고 당도는 그리 높은 편은 아닌 것 같다. 내 입에는 괜찮았고 프랑스의 샴페인보다는 좀 못하지만 훌륭한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미국 대표 브룻보다는 경쾌한 느낌을 준다.

두번째는 스페인에서 건너오신 프레시넷 카르타 네바다(Freixenet Carta Nevada). 보통 샴페인 병은 전통적으로 어두운 병을 쓰는데 이 친구는 아주 밝다. 그만큼 맛도 조금 경쾌하다고 해야할까? 브룻에 비한다면 조금 더 가볍다는 느낌이 왔다. 이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편.

샴페인 중 샴페인 브룻 임페리얼

마지막으로는 샴페인 중 샴페인이라고 일컬어지는 프랑스의 모엣샹동이라는 와이너리에서 만든 브룻 임페리얼을 먹었다. 제품유형에도 자랑스럽게 과실주(샴페인)이라고 적혀 있어 프랑스만의 자존심을 느끼게 해준다. 역시 모엣샹동이다. 기품있는 맛이 전해온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샴페인 전용 잔이 없어서 맥주잔에 먹다보니 별같이 떠오르는 브룻 임페리얼의 탄산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다. 모엣샹동은 홈페이지도 아주 일품이다. 텍스트는 별로 없다. 비주얼과 동영상으로 아주 깔끔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 기법이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 (www.moet.com)

맥주잔이어서 너무나 아쉬웠다.

1차로 두마리가 먼저 올라왔다.

오동통하고 쫄깃했던 게살

캬! 저기에 밥을 비벼 먹으니.. 컥

킹크랩은 역시 겨울 찬바람이 불 때 먹어야 제 맛이다. 살도 통통하게 오르니 게살에서는 버터향이 나면서 아주 쫀득한 맛을 전해준다. 마지막에는 킹크랩 뚜껑에 고여있던 물을 넣고 맛있는 비빕밥을 해먹었다. 이거 아주 예술이다. 결국, 이렇게 샴페인을 3병이나 터트린 송년회식을 전통에 따라 킹크랩과 함께 했다. 샴페인을 터트리고 잘 먹을만큼 고생하고 잘 해낸 우리 식구들이 그저 자랑스러울 뿐이다. 올 해에도 이 친구들이 멋진 사고를 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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