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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의 미학

세상만사

by 푸드라이터 2007. 5. 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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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자전거 출퇴근을 했더니 몸에 조금 무리가 오더군요. 사실 매일 60킬로를 자전거에 몸을 싣고 핸들을 잡으면 다리운동만 되는 것이 아니라 전신 운동까지 됩니다. 특히 손목과 팔 그리고 어깨 근육은 뻐근할 정도이고 허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프기로 한다면 엉덩이(남자들의 경우 전립선)도 한 아픔 하죠.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니고, 결국 오늘 하루는 자전거를 쉬기로 했다는 겁니다. 무리가 올 때는 쉬는 게 좋습니다. 자칫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죠.

지하철 출근길은 저에게 아주 소중한 독서 시간입니다. 분당 오리역에서 신천역까지 약 1시간 정도 집중해서 독서가 가능하죠. 오늘은 할아버지의 축복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할아버지의 기도라는 책의 후편입니다. 그런데 오늘 읽은 부분 중 감동적인 부분이 있어서 다른 분들과 가슴으로 공유했으면 해서 이렇게 글로 포스팅 합니다. 원본의 그 감동이 전달될는지, 지금 제 가슴에 있는 따스함이 그대로 전달될는지는 장담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소개를 하겠습니다.

본 책의 저자인 레이첼 나오미 레멘의 직업은 의사입니다. 이야기는 그의 의사 초년병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가 뉴욕에 있는 시립병원인 벨레뷰 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그는 회진 전에 많은 환자들의 피를 체혈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뉴욕시립병원은 솔직히 부자들의 병원이 아니기에 거친 환자들이 많았고 그런 분들의 팔을 걷어 올리고 주사바늘을 꼽는다는 것은 꽤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번 체혈은 쉽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혈관을 찾으려 해도 초보 의사이던 레이첼에게는 버거운 일이었고 두 번, 세 번 주사바늘을 꼽았다가 다시 빼고 그런 실패를 반복할 때마다 환자들의 불평은 커져갔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너 번 실패하며 안절부절못하던 레이첼의 뒤에 어떤 한 남자가 서서는 물끄러미 그 광경을 지켜보더랍니다. 그런데 갑자기 주사기를 뺐어 들더니 아주 능숙한 솜씨로 체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팔에는 잔뜩 문신을 한 그 험한 손으로 아주 섬세하게 체혈을 하는 것을 보고는 레이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어 그는 레이첼에게 혈관을 찾는 법 그리고 바늘을 꼽는 법을 천천히 가르쳐주었다고 합니다. 며칠이 지나서는 큰 혈관에서 아주 작은 혈관으로 그리고 나중에는 숨어 있는 혈관에서까지 체혈하는데 성공했고 그 모든 과정을 환자들과 그리고 그 사람이 함께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 레이첼은 같은 병원 응급실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시립병원 응급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아비규환이라고 합니다. 특히 미국은 총상 환자들이 많아 응급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하고 또한 발달되어 있죠. 그런 전쟁 같은 응급실 생활을 하던 중 총에 맞은 한 사람이 경찰 앰뷸런스에 실려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는 바로 그였습니다. 마약 중개인이었던 그는 결국 경찰의 총을 맞고 응급실에서 생을 다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레이첼은 그를 한번도 범죄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답니다. 그저 자신에게 주사 바늘을 잘 다루는 법을 친절하게 끝까지 가르쳐준 군의관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더구나 감동스러운 것은 그에게서 배운 그 비법은 그 이후 후배와 제자들 몇 백 명에게 전수되었고 또 그들은 그들의 후배와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결국 범죄자이지만 친절했던 그의 마음은 어쩌면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데 크게 이바지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오늘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선물하면 그 친절은 수많은 사람들을 전염시킬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친절의 미학이 아닌가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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