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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마시고

[쿠킹] 킹크랩, 털게와 새우 그리고 포도주가 함께 한 송년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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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쌀쌀하던 어느 겨울날 후배의 손에 이끌려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다. 늘 그곳에서는 회를 먹었기에 그 날도 회나 먹겠구나 싶었는데, 이 친구 이상한 곳으로 가더니 이내 큰 검은색 비닐 봉투를 들고 온다. 살펴보니 아직도 뭔가 바스락거리는데 거대한 킹크랩이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당시에 킹크랩을 삶아주는데 한마리당 5천원을 받았다. 그리고 머리털 나고 처음 먹어본 킹크랩. 무슨 게살에 버터를 발라놓았는줄 알았다. 얼마나 맛나던지.. ^^ 그 이후로 겨울이 되면 그 후배와 선배 이렇게 3-4명이 의기투합하여 킹크랩을 먹어왔다. 그게 벌써 올해로 3년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킹크랩과 첫만남을 가졌다

처음 한해는 노량진에서 먹었지만 두번째 해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성업중인 도심 콘도라고 할 수 있는 레지던스를 빌려서 먹었다. 그리고 올해는 드디어 남자들끼리 뭉쳐서 놀이터겸 일터인 오피스텔에서 판을 벌리기로 했다.. ^^ 일단 모든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재료. 특히 수산물의 경우 그 신선도가 곧바로 음식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대부분 게 종류들은 살아 있는 수조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 그러기에 돌아가신 게들은 그 가격이 천지차이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3년전만 하더라도 킹크랩은 비교적 사먹을만한 가격이었다.

타이거 새우.. 정말 크다 @.@

털게는 생각보다 껍질을 다루기 힘들었다

싱싱했던 대게인데도 맛은 그닥..ㅜ.ㅜ

그런데 최근에는 가격이 많이 올랐다. 거의 작년, 재작년 백화점 가격이던 것이 요즘에는 수산시장 가격이 되었다. 이번에 가보니 12월초보다도 1kg당 무려 8천원 정도가 올랐다. 그래서 33,000원 정도가 시세. 물론 단골집이다보니 조금 에누리를 했다. 결국 가락동수산시장에서 들고 나온 것은 털게 2마리, 대게 2마리 그리고 킹크랩 큰 놈으로 한마리 마지막으로 새우 10마리.. ^^ 이게 이번 송년파티의 주음식이다. 총 구입가격은 새우까지 포함해 14만원. 그 중 킹크랩 1마리가 무려 8만원을 넘었다. 나머지 새우 10마리가 2만원 그리고 대게와 털게 4마리가 각 1만원씩... 네명이 사이좋게 나눠먹었으니 1인당 3.5만원이니 그리 비싼 것은 아닌 듯 싶다.

오늘의 하일라이트 킹크랩 무서워 덜덜 떨고 있는 동료..ㅋㅋ

재료들은 구입 후 일단 먼저 깨끗이 씻어야 한다. 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뜨거운 증기에 쪄내는 것이 가장 맛나기에 이미 오피스텔에는 커다란 들통이 대기중. 목욕재계를 시킨 후 일단 먼저 요리를 한 것은 털게와 대게 그리고 새우이다. 킹크랩은 가장 마지막에 피날레를 위하여 남겨두었다. 또한 맛이 가장 강하기 때문에 마지막에 먹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새우를 먹는 방법은 보통은 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익혀먹는 것이 원칙인데 이 날은 좀 욕심을 내서 타이거 새우를 샀다. 그러다보니 후라이팬에서만 익혀먹는 것이 조금 무리일 것 같아 게를 쪄내면서 그 위에 올려 일단 살짝 찐 후 요리를 하기로 했다. 물론 작전성공.. ^^

이 사진을 보면서 갑자기 Free Hugs가 생각나는지..

맨 밑에는 털게 그리고 대게 그 위에 타이거 새우를 올렸다

털게는 일단 껍질이 생각보다 단단했고 뾰족한 돌기가 많아 가위로 잘라먹는데도 불구하고 먹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 일단 털게는 다리 살은 그다지 풍부하지 않고 맛도 뭐.. 그저 그랬다. 헌데 털게는 몸통 살이 장난이 아니다. 무척 쫀득하면서 풍부했다. 아마 털게의 맛은 이 몸통 살에 있는 듯 싶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대게... 사람마다 취향에 차이가 있겠지만 난 이 대게는 맛을 잘 모르겠다는게 솔직한 평이다. 주로 긴 다리에 살을 품고 있는 이 녀석은 다리를 비틀어 돌려 빼면 살이 딸려 나오는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그 맛은 약간 밍밍하다고 해야할까? 하여간 대게는 나에게 그다지 감동을 안겨주지 못했다. ^^ 그리고 세번째로는 타이거 새우. 한번 찐 새우를 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살살 가열하면서 허브향 소금을 뿌려주면 간간하게 익는다. 그런데 커서 먹을 것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방식의 쪄먹는 요리로는 역시 타이거보다는 중하나 대하가 훨씬 좋은 선택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타이거 새우 큰 건 좋은데 정말 질기고 그닥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 녀석은 킹그랩 얼마나 큰지 그 큰 찜통을 혼자 독식?

찜통 생각보다 그 열기가 무척 쎄다. 잘못 증기를 쐬면 바로 화상이다..ㅜ.ㅜ

타이거 새우는 한번 더 요리한다

완성된 타이거 새우 요리

역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킹크랩. 꼭 살아있는 녀석을 요리하길 권한다.

자.. 이제 하일라이트 '킹크랩'. 이 녀석은 워낙 커서 짐통 하나를 몽땅 차지했다. 참.. 여기서 팁하나 게를 쪄낼때는 뒤집어야 한다. 안그러면 맛있는 육수가 다 세어버릴 수가 있다.. ^^ 뒤집어놓으면 그 국물(?)이 모두 몸통으로 모여 나중에 아주 진한 육수를 만들어준다.. ^^ 너무 커서 엄두가 않났었는데 막상 차려놓고 다리 하나씩 들고 먹다보니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모두가 해체되어 사라져버렸다.. ㅜ.ㅜ 역시 킹크랩... 살도 넉넉하고 씹는 질감과 달콤한 살의 맛이 기가막힌 조화를 이룬다. 더구나 여기에 포도주 한 잔... ^^ 이날은 부득이 붉은 포도주를 먹었지만 원래는 화이트가 좋다.. ^^ 그래서 간혹 소주를 먹기도 하는데 소주도 참 잘 어울리는 술이다.

막간에 와인 안주를 했던 맛있는 조각 치즈

나원.. 서양 술인 포도주와 일본의 와사비 그리고 한국토종 초고추장 다 모였다

이렇게 먹고나면 게딱지에 모인 육수를 모아 밥을 볶는다. 김가루를 좀 뿌리고 그저 밥만 넣고 볶기만 해도 진한 바다내음이 물씬 풍기는 맛있는 볶음밥이 된다. 이것까지 먹고 나면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다.. ^^ 이렇게 송년 파티를 하며 한 해에 대한 반성과 감사 그리고 서로에 대한 고마움 마지막으로는 내년 시즌에 대한 분투를 다짐했다. 역시 잘 먹으니 의욕은 200% ^^ 내년에도 게파티는 쭉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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