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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고여행/일본

[일본_2004] 하마나코꽃박람회(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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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19일(수) 오전 : 오사카 → 하마마쯔

첫날은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랬는지 잠을 잘 못 잤지만 둘째 날부터는 현지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잠을 아주 잘 잤다. 오늘은 이틀간의 짧은 오사카 여행을 마무리하고 짐을 챙겨 다음 목적지인 ‘꽃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하마마쯔로 가야 했다.

바퀴가 달린 여행가방이 고장 나는 바람에 조금 큰 헝겊 가방에 온갖 것들을 다 집어 넣고 왔더니 가방이 山만하다. 거의 군장 한 두 개 붙여놓은 것 크기였다. 물론 짠이아빠가 그걸 한 쪽 어깨에 둘러매고 다녔다. 그 동안 친절하게 대해준 오사카 민박의 주인장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나선 시간이 오전 9시.

전철역에 도착했으나 신칸센을 타야 하는 신오사카역까지 가는 길이 또 막막했다. 아내와 나는 이리가야 한다 저리가야 한다 한참을 궁리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신오사카역에 도착해 신칸센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었다. 비자카드가 되므로 당근 카드로 결제를 했는데 ‘꽃 박람회’가 열리는 하마마쯔 역까지 일인당 장장 8만원.(물론 우리 짠이는 그냥 탔다.^^) 더구나 히까리(光)라는 노선은 정차역이 적어 더 비싸단다. 하지만 시간을 아끼려고 과감히 투자하여 히까리를 탔다. 10시 15분경에 플랫폼으로 신칸센이 들어왔는데 솔직히 이미 너무나 많이 신칸센에 대해 알고 있어서 그런지 좀 낡아 보이기도 하고 시답잖아 보였다. 지정석이 없어 자유석을 끊었는데 오사카역에서 시작하니 좌석은 넉넉했다. (잠깐상식 : 신칸센은 표를 구입하면서 지정석을 정해주는 지정석 객차와 지정석 없이 빈 좌석에 앉아가는 자유석 객차로 나뉘어 있다. 우리 개념으로는 좌석과 입석이지만 그래도 서가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당근 지정석에 비해 자유석이 저렴.)

가는 동안 짠이는 또 잠이 들었다. 차만 타면 자는 짠이..ㅋ.ㅋ 연일 이어지는 강행군을 하다 보니 눈꺼풀이 내려오는 것은 어른이나 아이나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내 눈도 스르르 감기기 시작….

잠깐 졸다 보니 어느덧 하마마쯔에 기차가 도착했다. 날이 계속 꾸리꾸리 하더니 기차의 전광판에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메시지가 떠서 불안했는데 막상 역에 내리니 어느덧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정말 깨끗하고 예쁜 곳 하마마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도 일본 각지에서 온 관람객으로 붐비는 박람회장 입구

정말 볼만한 수준급 꽃 박람회

입장권은 오사카에서 신칸센 티켓을 끊으면서 함께 박람회 표도 끊었다. 1인당 2900엔. 커다란 게이트를 지나 입장을 했다. 입장하니 각종 동물 캐릭터 모양으로 꽃과 나무를 장식한 곳이 나타나 짠이가 정말 좋아했다. 어른이 보기에도 신기하고 예뻐 보이는데 아이들 눈에는 어떨까? ^^

막상 박람회장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넘었다. 일단 드넓은 박람회장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체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카페테리아에서 라면을 주문했다. 본격적인 일본 라면의 풍미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그래도 먹을 만 한 것은 라면 뿐..^^ (일본까지 와서 함박스테이크 먹기는 좀 뭐하지 않은가?) 짠이와 짠이엄마는 미소라면을 먹고 나는 과감하게 돈코쯔 라면을 선택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소는 된장국물로 라면을 끓인 것이라 한국인의 입맛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다. 그러나 돈코쯔 라면은 돼지뼈 국물(마치 설렁탕같이 하얀 국물이 우러나온다.)에 라면을 끓인 것으로 일본인이 아니면 다소 느끼하다고 한다.(내가 이 라면 먹었다고 하니 현재 일본에서 2년째 공부중인 친구 부부가 자신들은 아직도 도전하기 싫은 라면 중 하나라고 하며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솔직히 아주 솔직히 난 무지하게 맛있게 먹었다.

고래나무 등에 올라가 만세를 부르고 있는 짠이

배를 넉넉하게 하고 나오니 비가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의 놀이를 위해 준비했던 비옷을 입고 꽃박람회를 돌아보는데 정말이지 너무나 아쉬웠다. 날만 좋았어도 정말 더 좋았을 텐데 하며 박람회를 여행코스에 넣었던 짠이엄마가 너무나 아쉬워했다..ㅜ.ㅜ

복어 모양으로 나무를 장식해놓은 만화 캐릭터 전시장

일본인 특유의 정교함 돋보여

모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꽃과 각종 시설물과의 조화가 너무 자연스러웠고 인공적인 것들 조차도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테마별로 파빌리온들이 있고 해당 파빌리온에서는 테마에 맞는 실내 전시가 열리고 있었고 옥외 전시장에는 섹터별로 별도의 주제를 표현하는 꽃과 나무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비가 오니 파빌리온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지만 멀리서 이 박람회를 보러 온 짠이가족은 비옷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정말 열심히 돌아다니며 본전을 위해 눈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가급적 많은 것을 받아드리려 무지하게 애를 썼다.

한국의 꽃과 정원을 테마로 출전한 한국관광공사 부스.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네와 꽃 그리고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초대형 파노라마 화면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 ‘모네의 미술관’이라는 파빌리온. 영화를 본 후 밖으로 나오면 프랑스에 있는 모네의 정원을 비슷하게 복원시켜놓은 공간이 펼쳐진다. 마치 프랑스로 순식간에 공간이동을 한 느낌.

박람회장은 정말 넓다. 삼일째 계속해서 걷기만 하니 지칠 데로 지쳐 있는데 앗! 바로 앞에 박람회장을 가로 질러 내려가는 운하를 떠가는 작은 유람선이 눈에 들어왔다. 비도 오고 어느덧 관람시간도 거의 끝나가 어쩔 수 없이 70% 밖에 돌아보지 못했지만 배를 타고 내려오기로 결정. 헉! 그런데 그 배는 무려 한 사람 앞에 1300엔이나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배를 타고 내려오는데 운전하는 선장님(?)이 이 넓은 전시장이 올 10월 박람회가 끝나고 나면 모두 없어진다고 하면서 아쉬워했다. 운하와 꽃들 그리고 나무들은 너무나 잘 어울렸다. 운하를 타고 내려오며 선장님은 손님들을 최대한 재미있게 해주려고 무척 노력하는 것이 역력했다. 정말 내가 서비스를 충분히 받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박람회장을 관통하는 운하

드디어 도쿄 입성

도쿄로 가는 신칸센을 예약해놓았기에 그 시간에 맞춰 나가야 해 아쉽지만 작별을 고했다. 다시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오는 동안 비는 더 굵어지고 있었다.

도쿄에서의 숙소는 와세다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의 집. 그 친구는 어찌되었건 학생이기에 그 집에 빌붙어야 하는 심정은 무척 가슴 아팠다. 하지만 월세가 100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리고 거기에서 아이 둘을 키우며 그래도 아르바이트로 월 300만원 정도는 벌고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도쿄의 와세다 대학이 있는 와세다쵸를 가기 위해서는 도쿄 지하철 중 東西라인을 타야 한다. 도쿄의 지하철은 오사카보다도 더 복잡하다. 더구나 도쿄역 지하에는 수많은 지하철과 철도가 연계되므로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표지판을 보지 않으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여기서 여행상식 하나.

보통 신칸센을 타면 그 표로 도쿄 지하철에서 어떤 역이던 한번은 더 탈 수 있다고 한다. 즉, 표를 내고 신칸센 개찰구에서 나오면 표가 다시 튀어 나오는데 이 때 그거 버리지 말고 절대로 가지고 다녀야 지하철로 연계되어 다시 탈 수 있다. 괜히 짠이 아빠처럼 정신 없어서 그냥 나왔다가 개찰구 직원에게 엄한 소리 듣지 말기를…ㅜ.ㅜ

와세다쵸에 있는 친구 집에 도착하니 밤이 깊었다. 그래도 밥을 잔뜩 차려주어 염치없지만 너무나 맛있게 먹고 안방까지 내주어 또 염치없지만 꿈나라로 가고 말았다. 비가 와서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정말 낭패를 본 하루였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추억의 하나가 되어 잠을 이룰 때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

그런데 제발 내일은 비가 멈추어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이날부터 계속 비가 내렸다... 쭉!!!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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