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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고여행/중국

[베이징] 류리창(琉璃廠)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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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중국의 수도. 인구 1천4백만 명이 모여 사는 곳. 하지만 파악되지 않는 인구가 더 많은 베이징. 그곳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시간이 없어 일요일 오전 비행기를 탔습니다. 도착하니 점심이 조금 지나 있더군요. 공항에 내려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받은 첫인상은 그저 조금 낡고 뿌연 하늘과 거리 그리고 자동차를 제외하면 마치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마음이 편했습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가장 먼저 가본 곳이 '류리창'이라는 중국 전통 거리.

동료가 가져간 여행안내서에 '중국적인 느낌의 거리'라고 나와 있어 기대를 잔뜩 하고 택시에 올라탔습니다. 원과 명나라 때 이곳에 유리가마 공장이 들어서 지금의 지명으로 불린다고 하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청나라 때 베이징으로 시험을 보러 왔다가 낙방한 사람들이 자신이 지니고 있던 물건들을 팔던 곳이 바로 류리창이며 그러한 거래가 점차 번성하여 고서적, 골동품, 탁본한 글과 그림, 문방사우 등을 중개 판매하는 특색 있는 상점거리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옹색할 정도로 낡은 거리였습니다. 인사동을 생각했었지만 초입에서부터 중국의 맛을 즐기는 방법을 새롭게 배워야 한다는 것을 빼져 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일요일 오후이다 보니 그저 한가해 보였으나, 관광객들은 그래도 웬만큼 있더군요. 단체 관광객보다는 배낭여행객들이 대부분이었고 간혹 좀 있어 보이는 백인들도 기웃거리더군요. 이곳에는 온통 붓과 차, 종이 등 화방 물건들과 오래된 골동품과 유사 골동품 천지였습니다.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솔직히 살만한 물건은 거의 없었습니다.

류리창 골목 전경

 

썰렁한 류리창에 실망한 우리를 반겨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리어카에 놓고 팔고 있던 중국 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지저분한 것 같아 사먹기가 좀 그랬는데 먹어보는 순간, 그 맛에 홀딱 반하겠더군요. 정말 맛있습니다. 달고 부드러운 감칠맛. 이것이 아마 중국 밤에 대한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늘 무시해왔던 중국의 맛 하나에 일단 입이 감탄을 하고 눈이 번쩍 떠지고 나니 중국이 살짝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밤을 종이봉투에 넉넉하게 담아주던 꽤재재 한 아저씨의 선한 눈매가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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