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자주 가는 온라인서점에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시리즈 7권을 사면 더 많은 가격 혜택을 준다는 말에 혹해서 덥썩 사게된 책. 배송된 책은 내가 좋아하는 적당한 크기의 판형이어서 일단 흡족했습니다. 그런데 종이질과 인쇄는 품질이 떨어지더군요. 책은 눈에 쏙쏙 들어오기 위해서는 인쇄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종이가 너무 얇아 뒷 글자가 투명하게 들어나더군요. 그래서 거의 몇 년을 제 책장에서 장식용으로 봉사를 했던 책입니다.
최근 독서가 너무 한 쪽 분야로 편식되는 것 같아 이 책을 뽑아 들었습니다. 그리고 금새 한 권을 뚝딱하게 되었네요.. ^^ 세계사의 중요한 유적에 관한 책들은 쉽게 읽으면서도 정작 우리 역사에 대한 무관심이 내가 좀 심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성합니다..ㅜ.ㅜ) 예전 유홍준 선생님의 그 유명한 베스트셀러도 있었지만 하여간 이 역사스페셜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사실의 재구성
원작은 KBS의 '역사스페셜'이라는 다큐 프로그램입니다. 유인촌 선배님이 진행을 하셨던 프로그램인데 역사적인 소재 중 가치와 재미를 모두 포함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현실에서 조망하며 사실을 재구성, 해석하던 좋은 프로그램이었죠. 그 프로그램의 내용이 이 책에는 텍스트로 담겨 있습니다. 때문에 영상으로 보고 이해하던 의미와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어떤 부분은 두번을 읽을 정도로 곱씹게 되더군요.
이 책은 인쇄품질의 안타까움에 비해 구성은 다큐였던 관계로 읽기 편하게 되어있습니다. 한 챕터가 하나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주제는 약 20페이지 이내로 정리되어 있어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어도 되는 그런 책이기도 합니다. 학생 시절 배웠던 단편적이고 암기 위주의 역사적 사실과 이렇게 해석이 함께하는 역사서를 읽는다는 것은 너무나 많은 차이가 있더군요. 차라리 우리들의 교과서도 이런 책을 선정하거나 프로그램으로 교육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만드는 것과 지키는 것
한반도와 우리민족에 대한 사관은 어린 시절부터 확립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어떤 나라나 민족도 모두 어린 학생때부터 역사 교육을 중요시하게 되죠. 그래서 우리도 교과서를 매년 개정해가며 아이들에게 시대에 부합하는 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국은 날아가는데 우리는 왠지 기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군요. 가까운 주변국들과 고대사 부분에서 특히 많은 충돌이 일어납니다. 최근에는 만원권 지폐에 사용된 그림을 놓고 또 한번 이야기가 분분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 곧 현실적인 이해를 창출하기 때문이죠.
영토에 대한 주권을 공공히 하던지, 바다에 대한 자국의 이해를 넓힌다든지 이런 모든 현실적인 힘의 논리가 무턱대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과 논리에 의해 해석되어야 실제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역사는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과 또 앞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 모두를 상징합니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영토를 혹은 바다로 직접 연결되는 중국과 일본과만 유일하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아주 애민한 감정적 대립을 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의 역사 연구의 현실은 어떤가요? 잘 모르긴 하지만 우리들 조차도 현실과 역사는 다른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 그만크 무관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역사학자나 정부의 무능만 탓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지를 스스로 느껴야 한다는 봅니다. 스스로의 수준은 개도국인데 정부나 역사학자들만 선진국 수준이길 바란다는 것은 너무 큰 욕심들이 아닌가 봅니다.
관건은 남북의 공동 노력
더욱 아쉬운 것은 우리는 우리 역사를 지키고 또 만들어가는데 전략이 없다는 것. 그게 더 아쉽습니다. 가장 좋은 경기는 선제 공격을 통해 끊임없이 경기 전체를 지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국과의 역사적 논쟁이라는 거대한 시합에서 우리는 일본, 중국 모두에게 경기를 지배 당하고 있을 뿐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 역사가 바로 서려면 역시 통일이라는 문제가 중요합니다.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학자 입장에서보면 우리가 아무리 논리를 만들어봐야 반쪽짜리 역사이기 때문이죠. 온전히 한반도가 하나가 아닌 이미 몇 천년 전의 신라나 백제 같은 수준으로 밖에는 안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렇게 둘로 나뉜 몸을 하나로 만들어야 역사에 대한 학문적 전투에서 본격적으로 싸움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소 결론이 황당하긴 하지만 역시 통일이 중요하긴 하군요... 역사를 지키고 만드는 일... 남북이 함께 하지 않으면 참 어려운 싸움이 될 것입니다....
[핵심체크] 도서명 : 역사스페셜 1 원 작 : KBS 역사스페셜 출판사 : 효형출판 초 판 : 2000년 7월 5일 가 격 : 정가 6,500원 / 인터파크 할인가 4,550원 (주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