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청와대 옆 자하문이라는 곳에 가면 몇십년을 이어온 전통의 중국집이 있다. 간판부터 건물 외형이 진정한 레트로 감성을 건드린다. 처음 방문했을 때도 갑자기 1920년 쯤으로 들어선 느낌을 받았다. 세련된 맛보다는 옛맛을 가진 그런 중국집이 바로 자하문 영화루이다. 여기는 경복궁 역에서 걸어갔는데 그 걸어가는 길이 무척 재미있었다. 서울이라는 복잡한 도시에서 마치 과거로 들어가는 타임머신 같은 식당.
주인장께서 간판을 예전 것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대단해보였다. 요즘처럼 새것들이 즐비한 시절에 저런 것들이 보존되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가. 붉은색 바탕에 금색 글씨가 여기는 중국집입니다라고 강렬한 이미지는 던져준다. 이 문을 들어서면 과거의 중국집으로 들어선다. 당연하지만 화상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고추짜장. 비록 2000년 초에 만들어진 메뉴이지만, 이것이 유명해지면서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가 되었다.
위 사진이 영화루에 처음 방문해서 먹었던 고추짜장. 생각보다 훨씬 매운 맛이 강했다. 그냥 평범하게 매운 맛은 아니고 조금 강한 매운 맛이다. 요즘에는 매운 맛도 길들여지는 듯 붉닭볶음면 수준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실 듯. 또하나 이 집에서 유명한 메뉴는 탕수육이다. 옛날식 탕수육인데 이게 참 감칠맛이 강하다. 요즘에는 탕수육도 어딜가나 다 비슷비슷. 개성이 없어서 이렇게 옛날 탕수육을 만나면 엄청 반갑기는 하다.
역시 탕수육에는 연태고량주가 제격이다. 물론 알쓰인 나로써는 연태 저 작은 고량주 잔으로 딱 한잔이 거의 치사량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꼭 저거 한 잔은 먹어야 탕수육 먹는 맛이 난다. 중국 음식이 워낙 기름지기에 고량주는 기본 중 기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음식의 향연.
언제가도 실망하지 않는 그런 중국집 영화루. 서울 시내여서 내 행동 반경에서는 조금 멀어서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꼭 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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