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소리일까? 음식인문학을 연재하면서 여러 책과 인터넷 조사를 기반으로 내용을 정리하는데 베트남 쌀국수를 준비하며 찾은 책에 보니 우리가 흔히 먹는 고기가 올려진 쌀국수는 프랑스 점령인들에 의해 베트남 하인들이 만들면서 생겼다는 주장이 있었다. 과연 이 주장이 맞는지를 검증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베트남어로 퍼(Pho)라는 쌀국수. 인터넷의 자료를 조사해보니 현재의 베트남 쌀국수는 순수한 베트남 전통 국수라고 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실제로 전 세계 모든 음식은 다양한 민족의 음식 문화가 융합하면서 만들어지고 발전하기 나름이다. 그럼 일단 인정하고 차근차근 살펴보자.
원래, 베트남 쌀국수는 하노이를 중심으로 하는 베트남의 북부 지역 음식이었다. 잘 알다시피 통일 이전의 베트남 북부는 공산정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식당의 국유화 과정에서 식당 주인들은 대거 남쪽으로 내려와 사이공을 중심으로 장사를 했다. 그때 주로 생기고 번창한 것이 바로 쌀국수집이라는 것. 이후 베트남 쌀국수라고 하면 바로 이 쌀국수가 대표가 되었지만, 또 한 번 베트남 쌀국수는 문화적 융합을 한다.
이미 베트남에서 프랑스인의 요구에 따라 고기를 올리게 된 베트남 쌀국수가 피난을 위해 미국으로 탈출한 베트남 사람들에 의해 미국의 입맛과 타협하게 되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으로 들어온 베트남 쌀국수는 바로 미국에서 발전한 베트남 쌀국수이다. 메뉴판에 보면 메뉴를 알파벳과 숫자로 조합한 전통은 미국식이라는 증거 중 하나이며 동남아의 독특한 향을 상당히 빼서 먹기 좋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베트남 쌀국수는 우리의 칼국수와 조금 비슷하다. 칼국수도 베이스는 육수이다. 고기 육수 혹은 멸치 육수 혹은 닭육수를 기본으로 한다. 베트남 쌀국수도 마찬가지. 그리고 그 위에 숙주와 양파절임을 넣고 다양한 향채소(고수 및 다양한 허브)를 넣는다. 매콤하게 먹는 사람들을 위해 고추도 들어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청양고추를 넣어 먹는다.
개인적으로는 보통의 베트남 쌀국수집에 가면 제공되는 두 가지 소스를 매콤하게 믹스해서 국수에 넣어 얼큰하게 먹는 것을 좋아한다. 바로 해장국수가 되는 것. 아마도 한국에서 베트남 쌀국수가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직장인들의 새로운 해장거리로 인식되면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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