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안주의 지존으로 통하는 골뱅이 무침. 원래 이 골뱅이의 정확한 사전식 표현은 <큰구슬우렁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고 무침이나 찌개에 사용한다는 큰구슬우렁이가 바로 골뱅이죠. 골뱅이는 당진/서천에서 사용하는 방언이라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 우렁이, 참골뱅이, 까네미, 배꼽고둥, 맴물고동, 맹지고동, 반들고뱅이, 잡팽기 등으로 불린다고 하네요. 일본어로는 츠메타가이(ツメタガイ)라고 부른다고 하니 참 다양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부르는 말이 많아도 역시 골뱅이는 골뱅이라고 해야 왠지 정감이 가는 것 같습니다. 아줌마! 여기 큰구술우렁이무침 주세요.. 이거 영 어색하지 않나요? ^^
직장 동료인 토양이님의 안내로 원조 영동골뱅이를 찾아갔습니다. 찾아갈 당시 이미 상당한 정도의 음식과 술을 한 상태였습니다. 너무 배가 불러 청계천을 산책하기도 했으나 배는 쉽게 꺼지지 않더군요. 그 상태에서 찾아간 정말 맛있다는 원조 영동골뱅이는 사람 들어설 틈도 없을 만큼 빽빽하더군요. 가게 앞에는 탁자를 놓고 노천으로 장사를 하고 2층과 1층에 각각 실내 테이블이 있습니다. 저희는 1층에 부엌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골뱅이무침 1개와 계란말이 그리고 맥주와 사이다. 보통 술이 잘 안 들어가거나 시원하게 마시고 싶은 경우 시원한 사이다 조금을 먼저 따른 후 맥주를 섞어 먹으면 목 넘김도 시원한 것이 부담없이 아주 맛나게 맥주를 먹을 수가 있습니다.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며 주방과 건물 그리고 테이블을 살펴보니 세월의 무게가 한가득 이더군요. 종업원은 사장님과 보조 1명이 그 많은 사람의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고 계란을 말고 계산도 하는 모습을 보며 이 집의 경쟁력은 바로 1인당 매출액에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더군요. ^^
솔직히 전 을지로식 골뱅이무침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너무 마늘향만 가득하다고 할까요? 그리고 저는 파가 조금 순이 죽은 것을 좋아하는데 처음에 나올 때는 거의 생파로 나오니 손이 잘 안 가게 됩니다. 이날도 아마 한점도 안 먹은 것으로 기억되네요. 좀 입이 저렴해서 호프집에서 만들어주는 걸쭉하고 소면 들어간 골뱅이무침을 선호하다보니 이런 사태가 생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을 떠나 이 집이 성공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골뱅이 자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단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실한 골뱅이를 사용하며 절대 자르지 않고 통으로 하나 가득 담아줍니다. 얄팍한 호프집은 한 통에서 나온 것을 칼로 난도질해서 도대체 골뱅이는 어디있는지 발견하기 힘들 때가 많은 것과 비교해보면 이 집의 인기비결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죠.
이 집에서 제가 먹으면서 정말 맛있고 만드는 과정을 계속 지켜보면서 정말 잘한다고 생각한 것은 계란말이입니다. 맛도 정갈합니다. 토양이님 표현처럼 그저 간단한 음식재료를 사용했기에 그런 담백한 맛이 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란한 포장마차에서 파는 계란말이는 속에 치즈부터 온갖 잡동사니를 다 넣어 먹기 거북한데 이 집의 계란말이는 어린 시절 어머님이 도시락에 넣어주시던 그런 계란말이와 많이 비슷하지만, 훨씬 더 맛있습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
이 집 단골들은 골뱅이무칩에 들어가는 포도 참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먹는 동안 다른 테이블에서 포만 추가해서 더 먹는 것을 여러 곳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골뱅이무침을 더 맛있게 먹으려면 일단, 골뱅이무침은 바로 먹지 말고 양념과 소스를 잘 섞은 후 파의 순이 조금 죽은 후 먹는 게 훨씬 맛있는 것 같습니다. 유명한 맛집이니 맛에 대해서는 특별히 불만은 없고 사장 아저씨의 훈훈함과 비록 깔끔한 편은 아니지만 아주 정감 어린 인테리어가 잘 어울리는 그런 맛집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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