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봤다.. '기는 현대차, 나는 일본차'... 현실이다. 부정하고 싶지만 그게 현실이다. 적절한 노사관계도 관계지만 기업의 명확한 미래 비전과 사회적 목표 그리고 차에 대한 진실한 애정이 없는 회사는 결국 그 한계가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잘 달려왔건만 솔직히 국가와 민족 그리고 이 착한 국민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현대차가 있을 수 있었을까? 그게 무대뽀 정신의 총수 한사람이 해놓은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껏 차하나 소개하는 글로는 서론이 거창하지만 차 하나에도 참 많은 생각이 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나의 첫차는 국민 중형차로 잘알려진 'EF소나타'이다. 이제 올해로 10년을 채우게 될 이 차는 최근 14만킬로를 살짝 넘어섰다. 이렇게 되니 다른 차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냥 옆에 지나가는 차도 쉽게 보이질 않는다.. ^^ 하지만 길에서는 많이 볼 수 없지만 늘 맘 속에 머물고 있는 차는 있다.. 바로 렉서스의 'IS250'이다.
나의 로망 IS250
렉서스는 '토요타'의 플래그쉽 브랜드이다. 재작년 8월 경 그 렉서스 라인업에 LS가 추가 되었다. 출시 1년반이 지나니 일본에서는 LS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출시하고 나면 그만인 우리의 현실과 달리 차에 대한 분명한 평가를 내린다는 분위기 조차도 참 부러웠다.
렉서스 LS450
렉서스 LS 모델은 다름아닌 유럽 명차를 능가해보자는 큰 포부를 품고 만든 차이다. 첫 발매 1개월 동안 목표 판매대수가 1,300대였으나 수주대수가 무려 12,000대에 이르러 벤츠와 BMW가 일본에서 년간 5만대 판매되는 것에 비한다면 엄청난 히트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언론의 날까로움은 그런 자랑만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또 한번 부러웠다. 최대 광고주 앞에서 그저 약해지는 언론이 아닌 그들에게 진심어린 충고가 가능한 언론.. 너무 멋지지 않은가?) 일본차도 약점은 있다. 서구인들의 경우 벤츠나 BMW와 같은 레벨로 봐주질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의 이미지 '저렴하게 잘 만든 차' 정도라는 것. 하지만 내년 이후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토요타에게서 렉서스 LS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나는 IS250에 눈 높이를 맞추고 있지만 LS의 최고봉은 뭐니뭐니해도 460일 것이다. 실제로 LS 모델들은 가격대가 일본에서 770만엔에서 1천만엔 사이에서 설정되며 이것은 벤츠 E클래스와 S클래스 사이에 포지션된다고 한다. 당연히 가격을 놓고보면 세계에서 손꼽히는 고급차 반열에 들어선 것. 하지만 정말 LS가 그런 세계 최고급의 반열에 어울리는 운전자의 만족과 브랜드의 힘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와 예술성까지를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승차감, 속도, 기능성은 수준급
LS의 가장 큰 장점은 승차감이라고 한다. 경험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가장 먼저 승차감을 이야기 한다. 이렇게 좋은 승차감은 단순한 느낌일까? 아니다 그건 철저한 기술의 표현이다. LS의 바디 플랫폼은 기존 모델과 현격한 차이를 이룰 정도로 새롭게 디자인 되었다. 승차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서스펜션에는 공기를 사용하는 새로운 부품을 개발해 밖의 진동이 실내에 전달되는 것을 극도로 줄여 이 부분만큼은 세계 수준을 획득했다고 한다.
역시 엔진도 모두 새롭게 탄생시켰다.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4.6리터 V형 8기통 DOHC 엔진이 바로 그것이며 세계 최초의 8단 자동변속장치와의 조화를 통해 변속 쇼크가 전무하고 적절한 기어비를 만들어내어 언제 어디서나 풍부한 가속력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명차들의 경우 중후한 느낌이 핸들링에서 느껴지나 일본차의 경우에는 그러한 중후함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적절한 차별화를 위해 일본차만의 독특한 부유감 속의 안정감이라는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 느낌은 대형차이면서도 스포츠카적인 이미지를 구현해낸 LS의 독특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부족한 예술적 이미지
내가 볼땐 참 괜찮아보이건만 일본의 비평가들은 디자인을 LS의 최대 약점으로 꼽는다. 기능적으로 성능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분명하나 결국 아직 기계에 정신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다는 따끔한 질타인 듯 싶다. 디자인은 차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곳에서도 평가가 어려운 분야다.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며 예술이라는 것이 딱 부러진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비평가들은 렉서스의 디자인 철학인 'L-finesse'가 정말 구현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는 평가가 대세인 듯 하다. 물론 헤드램프와 대형 그릴 등은 고급차 수준이며 심플한 느낌이 잘 디자인 되었으나 전체적으로 이전 모델에 비해 크게 개선된 점이 없다는 이유다. 어떤 비평가는 디자인에 담아내는 메시지가 너무 얇다라고 평했다. 또한 차량 내부도 기존 차량과 크게 차별화되는 요소가 없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
일본 축구와 닮은 렉서스
결국 렉서스는 일본 축구와 비교된다.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과 감독 그리고 세계 일류 기업이 만든 일유의 경기장과 고급스럽고 과학적인 체력단력 시설 등을 갖추었는데도 정작 월드컵에 나가면 별 성적을 못올리고 또 강렬한 인상을 못남긴다는 것. 결국 품질과 성능은 세계 수준이고 판매원의 수준과 서비스도 좋지만 정작 렉서스 자체의 개성은 약하다는게 결론인 듯 싶다.
이렇게 뭔가 부족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단순한 문화적 차이일까? 아니면 일본이라는 사회가 지닌 한계일까? 오자와 코지라는 일본의 유명 자동차 비평가는 그 핵심을 '한 명의 튀는 천재를 인정하지 않는 기업문화'에서 찾았다. 역시 젊은 비평가다운 발상이다. 기계적인 특성들은 부지런한 노력파들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으나 그 마지막 단계인 기계에 혼을 불어넣는 정신과 느낌은 천재들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그 천재들이 일본 기업에서 살아 남을 수 없으며 그러기에 결국 마지막 벽을 못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것이다.
한편 들어보면 참 어설픈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정말 그 속에 답이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애플에 스티브잡스라는 사람이 없다면 그 기업가치가 무척 하락할 것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그 정도의 메인은 아니더라도 상품기획이나 사업기획 등에서 천재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또 한번 느끼게 되었다. 오자와 코지는 천재성이라고 했으나 결국 그게 크리에이티브 즉 창조적 능력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차들도 이런 수준의 비평을 들을만한가? 렉서스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차에게도 가차없이 아픈 곳을 찌르는 비판을 통해 더욱 발전하는데 지금 우리 차와 언론 그리고 고객과 생산자들은 모두 동상이몽만 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