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_2004] 여행준비(2)

작년 5월. 결혼 10주년을 맞아 온 가족이 이탈리아 여행을 가기로 했었던 약속의 그날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그만! 가장인 제가 도저히 바쁜 일정으로 인해 휴가가 불가능해지자 온 가족은 실의에 빠졌습니다.

‘대한민국 일은 자기가 다하냐?’
‘아빠! 미워!’

아! 이때 대한민국 가장들의 비애를 뼈저리게 느끼며 내년에는 꼭 간다고 약속에 약속을 했습니다.(사실 약속할 때만 해도 당장의 위기 국면을 전환시키자는 생각이 더 컸지 정말 가겠다는 생각은 아마 50%가 조금 못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1년이라는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 코 앞에 다가온 2004년의 4월 어느 날.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왠 지 이탈리아는 너무 멀고(사실 저렴한 곳을 찾아 헤맨 결과) 가볍게 다녀올만한 곳을 찾았습니다. 아무래도 가족여행이다 보니 아이에게 여행의 포커스가 맞추어지더군요. 결국 아이가 재미있을 만한 곳과 아내가 좋아할만한 곳을 찾다 보니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오사카 관광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먼저, 아이에게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를 가기 힘든 나라 미국을 직접 가지 않더라도 맛 볼 수 있다는 장점과 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는 일본인과 그 분위기가 결코 낯설지 않다는 것. 그리고 아내의 경우는 꽃과 식물에 관심이 많은데 다행히도 2004년 10월까지 일본의 시즈오카에서 개최되는 세계 꽃 박람회가 있어 안성맞춤. 저에겐 비행기 저렴하고 그나마 지인들 덕분에 숙박비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무조건 일본으로 결정.

수월한 일본 비자, 골 때리는 한국 여권

일본은 수 차례 들락날락 했기에 별생각 없이 여권에 있는 일본 비자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4월 초로 3년짜리 비자가 만료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비자는 받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기에 별 생각이 없었죠. 그냥 가족 모두 한꺼번에 신청해야지 하고 일단 여행 스케줄을 잡는데 혼신의 힘을 들였습니다.

먼저 이번 여행은 지역적으로 커버해야 할 범위가 넓어 예전의 단순한 지역 여행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목표 지역은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는 오사카 그리고 꽃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하마마쯔의 시즈오카 그리고 디즈니랜드가 있는 도쿄. 이렇게 세 개 지역이 그 대상이 되었습니다.

(2004년에 열렸던 시즈오카 국제원예박람회 한글 홈페이지)

일단 지역과 주요 여행 포스트를 결정하니 사실 그다지 고민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코스는 오사카 -> 하마마쯔 -> 도쿄로 결정. 이렇게 장소가 결정되니 그 다음으로 해야 할 것이 바로 교통편 예약과 숙박 예약이겠죠.. 첫 번째 난관은 여기서부터입니다.

비행기를 예약하기 위해 친구 여행사에 전화를 했습니다. 일단 오사카(간사이국제공항)로 가서 도쿄(나리타국제공항)에서 돌아와야 한다니까 할인항공료 적용이 불가능하답니다. 실제로 인터넷에 있는 할인항공권은 인천공항에서 오사카까지 27만원이면 떡을 칩니다. 그런데 결국 그 두 배 정도의 항공료를 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긴 이건 모두 돈으로 때우면 되는 문제이니 상관이 없었는데, 항공권 예약 들어가려던 친구가 비자유무를 물어와 이제 해야 한다고 했더니 빨리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자기가 신청한다고 하면서 실제로 일본 비자는 직장만 확실하면 신청 후 익일이면 비자가 나오니 참 편리한 편이죠.
비자 확인하던 친구가 근데 한마디 툭 던집니다.

“여권 유효기간도 확인해봐”
“음.. 유효기간은 8월인데? 괜찮잖아?”
“헉.. 그것도 빨리 연장해라.”

전 처음 알았습니다. 여권 연장하는데 최소 1주일, 최장 1달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일본 비자가 단 하루면 나오는 마당에 아니 여권 연장 그것도 신규발급도 아닌 연장인데 그게 신규 발급하는 것과 똑 같은 시간이 걸린다는 게 일단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던군요.

가는 날은 다가오고 결국 직접 뛰었습니다. 일단 주소지에서 가장 가까운 분당구청 여권 처리하는 곳에 가서 당당하게 빨리 해달라고 했더니 작은 종이를 주는데 거기에 최소 3주가 소요된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직접 처리하는 기관 ‘서초구청’, ‘강남공항터미널 여권센터’ 등 1차 처리기관으로 가면 1주일 정도 걸린다고 하더군요.

허겁지겁 달려가 신청을 하고 사정사정하여 간신히 처리기간을 단축하여 3일만에 여권 연장하고 목요일에 일본비자 신청하고 금요일에 비자와 티켓을 받고 월요일에 출국하는 아주 정신 없이 휘몰아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오사카에서 숙박할 곳을 결정 못하다가 과감히 인터넷을 뒤져 결국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으로 결정.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가는 타국에서의 민박인데 과연 어떨지 잔뜩 긴장이 되더군요. 그래도 어딘가로 떠난다는 여행만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이제부터 좌충우돌 일본 여행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기대해 주세요!!!

(일본의 어느 기차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