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음식에는 제철이 있습니다. 그 반대로 모든 음식에는 먹지 말아야 하는 철도 있죠. 조개류를 참 좋아하는데 조개는 봄과 여름에는 될 수 있으면 피합니다. 이유는 봄에는 '마비성 조개독'이 나오고, 여름에는 부패가 쉽기 때문이죠. 그런데 방이동에 있는 구옥천 생태에 생태탕을 먹으러 갔다가 수조에 있는 커다란 자연산돌굴을 보고는 아무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는 자연산돌굴이 달랑 올라와 있더군요. 소주 한 병과 함께 말입니다. ㅜ.ㅜ
그런데 이번 자연산돌굴 리뷰는 조금 비관적입니다. 어른 손만한 자연산돌굴. 메뉴판에 있는 가격이 무려 3만원. 굴 한 접시에 3만원이면 도대체 몇 개를 주는걸까? 궁금해하면서 다가오는 접시를 보니 어째 좀 가볍다 싶습니다. 허걱! 달랑 4개. 무려 굴 하나가 7천 5백원 한다는 말쌈. 정말 비싸죠. 굴 하나가 웬만한 사람 한 끼 식사라니... 조금 난감해지더군요. 이렇게 호사스러운 음식을 먹을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죠.
구옥천 생태의 자연산돌굴, 3만원
하지만, 상에 올라온 것을 물릴 수도 없었습니다. 이미 다 뚜껑을 따고, 큰 굴을 3등분 해서 나오기 때문이죠. 그런데 생각보다 싱싱하거나 굴 특유의 향과 맛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양식굴보다 향과 맛이 좀 떨어지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아무래도 나이가 한 살 더 먹으니 맛에 대해 좀 더 민감해진 것도 있지만, 하여간 거금을 투자해 먹을만한 맛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방이동에 있는 구옥천 생태는 제가 자주 가는 생태탕 집이고 이미 다른 블로그에도 이 집을 맛집으로 소개했지만, 자연산돌굴만은 조금 권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보통 전하면 잔치가 생각납니다. 평소에는 먹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주부도 전을 만들 때는 힘들어하더군요. 사방으로 튀는 기름 그리고 재료를 만드는 과정에 손이 많이 가죠.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이나 어머니가 보고 싶은 날이면 전이 많이 생각납니다. 특히, 저에게 호박전은 원츄 아이템입니다. 그래서 어제는 호박전에 도전을 해봤는데 성공! 호박전을 맛있게 먹고, 오늘은 굴전에 도전해봤습니다. 호박전과 굴전 모두 다행히 재료를 만드는 과정은 쉽습니다.
(준비물은 굴, 밀가루, 계란, 파와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 정도)
준비물은 싱싱한 굴과 밀가루, 계란과 파 여기에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 아주 간단하죠. ^^ 준비물이 간단한 것처럼 만드는 것도 간단합니다. 막상 해보고는 너무 쉬워서 허탈할 정도였죠. 먼저 굴은 깨끗하게 준비해놓고 레몬즙을 살짝 뿌려줍니다. 그 사이 계란을 풀어주고, 파와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주면 준비 끝. (여기서 포인트 하나, 굴은 채망에 준비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굴의 특성상 계속해서 물이 나오더군요. ^^) 레몬 향이 풍기는 굴을 밀가루에 버무려줍니다. 밀가루에 목욕을 한 뒤 계란 풀어놓은 그릇에 첨벙. 다시 계란과 잘 섞어주고는 프라이팬을 달궈주죠.
(이렇게 스탠바이하고 잘 섞어주면 끝)
전을 만드는 노하우 중 하나는 기름을 충분히 넣어주는 것입니다. 기름이 튀기 때문에 조금만 넣으면 전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죠. 이 노하우는 전 집에서 배웠습니다. 전으로 유명한 집은 튀겨내는 것처럼 기름을 쓰더군요. 그다음에는 숟가락으로 굴을 하나씩 담아 프라이팬에 올려줍니다. 너무 급하게 뒤집지는 마시고, 여유를 두고 뒤집어줍니다. 굴이 워낙 잘 익기 때문에 다른 전과는 타이밍이 다릅니다. 금방 익는데 너무 익어버리면 굴의 향기가 많이 없어지니 기호에 맞추시는게 좋을 듯하네요.
(프라이팬에서 잘 익어가는 굴전)
(최종 결과물, 뭐 보기에 예쁘지는 않지만 맛은 예술)
맛이요?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맛은 기가 막히죠. 특히 수온이 낮아지면 굴은 더 맛있어지는 것 같습니다. 주말 저녁 비록 아버지와 단둘만의 식사지만 연로하신 아버지 얼굴에도 굴전으로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
저녁이 되면 늘 고민입니다. 특히 손님이 오신다고 하면 더 그렇죠. 매번 고기를 구울 수도 없고 말이죠. 그래서 새롭게 발견해보자고 작심을 하고 나선 끝에 '장군보쌈'을 찾아냈습니다. 일단 구운 고기는 옷과 몸에 냄새가 벨 수 밖에 없어서 손님과의 정서적인 교감에 약간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추운 겨울에는 때론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죠.
장군보쌈은 송파구청 맞은 편 방이동 먹자골목 안에 있습니다. 주변의 음식점에 비해 조금 더 복잡합니다. 운이 좋아야 바로 자리가 날 정도죠. 운 좋게 바로 자리를 하고 앉으니 메뉴판이 등장하는데 이 집의 메뉴는 단출합니다. '보쌈', '모듬보쌈', '족발', '굴보쌈' 그리고 '쟁반국수'가 있더군요.
꼭 사진 찍을 때 저런 분들이 계시다니까요 ^^
장군보쌈 메뉴판
주저할 것 없이 바로 '모듬보쌈'에 도전했습니다. 보쌈과 족발 그리고 새우튀김과 신선한 굴의 앙상블을 자랑하는 모듬보쌈. 족발의 탱탱함과 보쌈의 부드러움 그리고 굴의 상쾌함까지 각 재료들의 궁합이 아주 절묘합니다. 특히 김치와 함께 알싸한 새우젓의 맛이 더해지고 거기에 마늘이 한 쪽 들어가면 아주 씹히는 맛이 예술입니다.
나오는 찬은 그냥 그렇습니다.
살짝 어름이 올라간 백김치스러운 동치미?
바로 이 친구가 모듬보쌈입니다.
돌려서 한 컷 더 찍었습니다.
아.. 맛있어 보이시죠.. ^^
아.. 또 생각이 막 나는군요.
요즘 같은 김장철에는 보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겠죠. 일부러 가실 필요는 없겠지만 근처에 오신다면 다른 대안보다는 훨씬 좋을 듯합니다. 방이동 먹자골목 장군보쌈이었습니다.
제게는 정말 그림의 떡이로군요. 지난 주일에 추수감사 점심을 중국인 교회와 함께했는데, 정말 우리 교회가 김치 겉저리 안가져갔더라면 칠면조 고기 한점 못먹고 굶을 뻔했습니다. 김치를 곁들이니 그래도 좀 먹을 만 하더군요. 김장김치가 너무 그리워요. 거기에 보쌈이란.... 쩝.... 그래도 몇 주전 바쁜 시간 쪼개어 함께 나눈 고기 한점 술 한잔이 제일 맛있었어요. 그 추억도 아직 맛있구요. 그곳 겨울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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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ㅠㅠ 비싼데 맛도 별로고 양도 적으면 참..허무한건데...안타깝네요
2010/04/21 17:42 [ ADDR : EDIT/ DEL : REPLY ]그래서 만인에게 알려야지.. ^^
2010/04/21 17:56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