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습니다. 최근 드라마 중 ‘뉴하트’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이 소설 역시 심장혈관외과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연상 효과가 탁월했기 때문인지 게눈 감추듯 읽고 말았습니다. 판형은 조금 작지만 그래도 520페이지로 나름 꽤 두꺼운 소설이었는데 말이죠. 아마도 미스터리였기에 그렇게 열심히 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여기저기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이 소설의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징이 쉽게 읽힌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
처음 이 소설을 받고는 자꾸 제목이 헷갈렸습니다. ‘사명과 영혼..’이었는데 자꾸 ‘사망과 영혼..’으로 말이죠. 사명과 사망은 무척 다른 의미인데 말이죠.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사명에 대해 아주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명과 영혼과의 경계가 정말 이 소설의 가장 적절한 제목이 아니었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 표지에는 메디컬 스릴러라고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역자 후기를 읽어보니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하더군요. 즉 전체적인 이야기의 큰 주제에는 각종 사회문제가 적절하게 포함되어 있고 그 의식의 주제가 소설의 큰 흐름이라는 것입니다. 사회적 이슈는 ‘의료사고’, ‘기업의 책임’, ‘개인의 책임’ 그리고 현대의 냉혈한 자본주의와 인간 소외 문제 등이 큰 주제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간단 줄거리
레지던트 히무로 유키와 그의 교수 니시조노 요헤이 그리고 그의 재혼 파트너이자 유키의 어머니인 유리에, 유키가 의학을 선택하게 된 동기인 10년 전 아버지 켄스케의 죽음 그리고 그 수술 집도의 니시조노 그리고 이들과 전혀 관계없는 젊은 간호사 마세 노조미와 그의 애인 조지. 어느 날 데이도 대학병원에는 협박편지가 날아들고 경찰들이 그 협박편지를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미스터리가 시작됩니다.
실제로 이 소설에는 두 가지 큰 줄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레지던트인 유키가 가진 아버지 켄스케의 죽음이 어머니인 유리에와 수술 집도의 니시조노와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 아닐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전기공학 엔지니어에서 협박법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조지가 도대체 왜 그런 일을 저지르는지에 대한 의문. 물론 첫번째 유키의 의문은 조지의 문제가 경찰인 나나오의 집요한 추적 끝에 밝혀지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된다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악평 속의 재미
이 소설을 읽은 분의 글들을 찾아보니 대부분은 좋은 평가는 아니시더군요. 너무 허무하다는 거죠. 약간은 그런 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처음의 호기심과 중간의 긴장감에 비해 결론이 조금 허무하다는 느낌은 강합니다. 마지막에서 작가가 너무 쉽게 글을 마무리한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대부분의 감상 중 공통점은 책을 순식간에 읽었다고 하더군요. 이걸 종합하고 저의 경험까지 고려해본다면 한마디로 책은 재미있지만 결론이 약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의 도입부에서 언급되는 유키의 아버지 켄스케가 죽기 전 담담하게 말한 대사...
“인간은 그 사람이 아니고는 해낼 수 없는 사명이라는 것을 갖고 태어나는 법이란다. 누구나 그런 걸 갖고 태어나는 거야...”
결국 이 말이 책을 읽고 나서도 계속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사명... 그냥 소설이지만.. 과연 나에게 주어진 내 삶 속에서의 사명은 무엇일까? 내가 아니고는 절대 해낼 수 없는 그 사명은 과연... 단순한 재미로 읽는 미스터리였지만 최소한 나에게 무언가를 생각하게 해준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명과 영혼의 경계’...
비록 엔딩은 아쉬웠으나 어거스트 러쉬처럼 그곳까지 가는 과정은 재미있었다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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