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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고여행/뉴질랜드

원시 호수 와이카레모아나(Waikaremo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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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는 도시 곳곳에서 관광안내를 위한 작은 광고지를 손쉽게 무료로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 리플렛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쇼핑과 먹을거리에 대한 것도 있고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관광지도 등도 있죠. 짠이엄마와 식탁에서 머리를 모으고 어디를 돌아볼까 궁리하던 중 지도에 있는 큰 호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와이카레모아나라는 호수였죠. 거리상으로도 네이피어에서 그리 멀지 않아 부담이 없을 듯 보였습니다.

더구나 테 우레웨라(Te Urewera) 국립공원에 있는 곳이니 가는 길도 그리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했고 정보에 의하면 네이피어에서 1시간 50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더군요.(아.. 이건 정말 믿으면 안됩니다. ㅜ.ㅜ ) 네이피어에서 2번 국도를 타고 기스본 방향으로 가다보면 와이로아(Wairoa)라는 작은 마을이 나옵니다. 그곳부터가 와이카레모아나 호수로 향하는 본격적인 출발점이 되는데 길이 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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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로아에 있는 관광안내소

자연 그대로를 지키는 뉴질랜드 국립공원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같은 통행료 내고 넓은 차선 달리는 고속도로의 개념이 없습니다.  그래서 차선도 1차선씩 모두 2차선이 전부입니다. 길은 달리다 보면 늘 보수공사 하는 곳을 만나게 되고 그때는 30킬로로 서행해야 하죠. 물론, 길도 절대 평지가 없고 구불구불, 산 허리를 그대로 타고 올라가고 터널은 전혀 없는 정말 자연에 조심스럽게 도로를 살짝 올려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략 2시간 정도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대관령을 초월하는 구불구불 산길과 테 우레웨라 국립공원을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대자연 그대로의 비포장도로 때문에 결국 거의 4시간이나 걸리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지프 정도는 몰고 와야 이야기가 되겠더군요.

뉴질랜드의 국립공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국립공원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야말로 전혀 개발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그들의 국립공원 정책이더군요. 우리의 국립공원은 관광이라는 핑계로 길을 닦아 접근성을 높이고, 나무를 베어내 넓은 주차장을 만들고 그리고 그 앞에는 국립공원 입구까지 식당이 길게 줄을 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국립공원의 모습을 이곳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습니다. 표지판도 가뭄에 콩 나듯 달아놓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철저히 자연을 그대로 지켜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자연에 거만하게 도전하는 우리들의 개발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더군요.

신비로운 고대 원시림의 향기

그렇게 산 넘고 물 건너 한참을 비탈길을 올라가니 드디어 와이카레모아나 호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호수를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군요. 더구나 산정으로 올라가니 비바람이 치고 아주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테 우레웨라 국립공원의 원시림 지역은 엄청나게 넓은데 이 호수는 네이피어에서 접근할 때 그 시작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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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비포장 도로 옆에 갓길도 없어 찍기 힘들었던 전경 사진

지금으로부터 2,200년 전 엄청난 지진 때문에 주변 산의 바위들이 계곡으로 떨어져 와이카레헤케강의 물길을 막으면서 형성되었다는 이 호수는 거대한 장관을 연출하더군요. 깊은 곳은 수심이 250미터라고 하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 싶습니다.

가는 길에도 주변에 보이는 산의 바위와 나무들은 마치 쥐라기 공원에 나오는 세트장을 연상시킵니다. 공룡이 바로 튀어나올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주죠. 특히 이 와이카레모아나 호수에는 주변 산을 돌아 내려오는 트레킹이 아주 유명합니다. 뉴질랜드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베스트 트레킹 코스가 10개 있는데 그 중 하나라고 합니다. 원시림의 자연을 느끼며 트레킹 하는데만 3박 4일 정도가 걸린다니 호수의 규모가 상상이 되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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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정박장, 뭔가 놀거리가 없다는 것에 화가난 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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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안내 표지판, 쓰레기 가져가라는 주의는 전세계 동일인가보내요.. ㅋㅋ

수상 스포츠와 레저 그리고 트레킹의 공존

뉴질랜드 사람들의 자연을 지키는 모습도 감동적이지만 대자연을 즐기는 모습 또한 감동적입니다. 대자연 속에 순응하며 놀기를 즐기다 보니 트레킹은 기본이고 호수나 계곡에서 즐기는 카약과 요트도 있더군요. 이 호수는 송어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날도 날이 좋지 않았는데도 낚시하는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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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선이 산을 끼고 도는 트레킹 코스 검고 굵은 선은 호수를 끼고 도는 트레킹 코스입니다.

뉴질랜드에서의 우리나라에서 흔히 하는 떡밥이나 지렁이 같은 미끼를 사용하는 낚시는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플라스틱 같은 작은 물고기를 형상화한 낚시만 가능하다고 합니다.(이걸 루어낚시라고 하나요?) 그리고 특정 길이 이하의 물고기는 놓아주어야 하는 등 낚시면허가 있을 정도로 아주 철저한 기준을 잡아 놓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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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바라다본 건너편 산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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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캠핑장 오리들과 친해진 짠이

관광안내소와 이름 모를 폭포

호수가 보이는 산정상에서 호수 아래까지 내려오니 관광안내소가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목조 주택에 관광객들을 위해 화장실 정도를 제공하고 주변 지역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함께 정말 멋지게 나온 사진과 엽서 등을 팔고 있었습니다. 워낙 야영 등을 많이 하고 또 국립공원이다 보니 지켜야 할 것들도 많아서 기후 정보도 중요하고 안전에 관한 지침들도 중요한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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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관광안내소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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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카약의 원조가 전시되어 있더군요.

그 안내소 앞에는 거대한 마차 같은 트레일러가 있었는데 아마도 그 지역의 역사적인 유물처럼 보였습니다. 지금 자세히 보니 짠이가 같이 찍은 사진에 안내판이 있군요. 나중에 원본 사진을 찾아서 한번 확대해봐야 할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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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걸리버 여행기를 보는 느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운전을 하느라고 정말 고생을 했습니다. 비포장 산길을 따라서 운전하면서도 바깥 풍경에 넋을 잃고 구경도 해야 하고 또 거기에 비는 오락가락 하지만 관광안내소에서 얻은 정보에 따라 그 넓은 지역 중 가장 가까운 곳에 폭포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 하지만 경험에 따라 조심조심... 산길을 따라가다 보니 아주 이상한 초원지대 같은 좁은 길이 나오고 도대체 폭포는 보이지 않건만 소리는 들리더군요. 그런데 왼편에 넓은 잔디밭이 있기에 무조건 일단 차를 세우고 보니 길섶에 폭포 안내판이 보입니다. ^^ 아주 운이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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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운좋게 찾아낸 표지판

그 좁은 길로 우리 가족 3명만 세상에 존재하는 느낌을 받으며 내려가는데 폭포 소리가 우렁차더군요. 그리고 원시림 속의 폭포를 보았습니다. 장관입니다.. 힘들게 운전한 피로가 싹 가시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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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산에 우리 가족만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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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펼쳐진 폭포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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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옆은 그냥 원시림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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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무는 저기에 얼마나 오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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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컷.. 짠이엄마의 작품 ^^

하지만, 떠날 시간입니다. 가로등도 일절 없는 산길을 어두워지고 나서 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보이더군요. (참, 뉴질랜드 국도 대부분에는 가로등이 없습니다.. 도심지역에도 잘 없죠..아마 대도시 정도는 가야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부랴부랴 서둘러 돌아오는 판단을 했죠. 역시 돌아오는 시간도 비슷하게 걸리더군요. 비포장을 달릴 수가 없어서 말이죠.

내가 너무 힘들어 보이는지 아스팔트가 나오고 나서 약 1시간 정도는 짠이엄마가 운전을 해주었습니다. 그만큼 자고 나니 다시 힘이 나더군요.. ^^ 집에 돌아온 시간은 9시. 그래도 여름이라 해가 길어서 8시까지는 밝으니 그나마 다행이었죠.

나중에는 꼭 짠이와 함께 와이카레모아나 호수 트레킹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하나는 짠이가 더 커야 되고, 또 하나는 제 배가 더 들어가야 한다는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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