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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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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물난리를 보며.. 정확히 20년 전 8월 28일이 생각났다.
그날 군 입대를 코 앞에 둔 친구와 기념 지리산 종주를 계획하고 그 첫 목표인 노고단까지 힘들게 올라간 날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우린 노고단 산장 앞에 있던 캠프촌에서 텐트를 치고 깊은 잠에 빠졌었다.
(당시 노고단은 차가 올라오는 길을 내기 위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새벽녁 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텐트의 폴이 부러지며 캠프장이 아수라장이 되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베라호가 지리산을 통과하기 시작한 것.
모두가 비좁은 산장 안으로 대피하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그 아수라장의 한가운데서 스치듯 인연으로 만난 친구들... 그 친구들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공사중인 넓은 길 쪽으로 하산하던 그 친구들은 급류에 그만.. 나와 나의 동료들은 산장지기 아저씨의 말대로 화엄사 방향의 길도 없는 산을 내려왔다.. 화엄사가 얼마남지 않은 산자락에 내려오니 더 이상 넘어갈 길이 없었다. 모든 계곡이 집채만한 계곡물로 막혀 있었다. 결국 계곡과 계곡을 로프로 연결하고 집채같은 물이 넘실거리는 계곡을 건넜다. 반쯤 잠긴 물속에서는 커다란 돌들이 발을 부러뜨릴 것 처럼 치고 간다. (한가지 생존팁.. 그런 급류에서 로프를 잡고 건널때는 로프가 등쪽으로 가고 몸은 물살쪽을 향해야 한다.. 즉 물살 -> 몸 그리고 그 등 뒤에 로프..이런식이다. 이 상태에서 건너가기 위한 쪽 손은 그대로 두고 반대편 손을 놓으면 몸은 저절로 회전하며 전진하게 된다.)
입고 있던 청바지는 갈기갈기 찢겨있고.. 화엄사 앞에 있던 아름드리 나무가 쓰려져 있었다...

그 다음날인가.. 신문에서 친구들의 소식을 보고 허탈했던...기억..
그 때 알았다.. 자연이...물이...산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번 비도 한방울, 한방울이 모여 엄청난 물줄기가 되고 그것이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가 결국 이번에도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탓하고 원망한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오늘 뉴스를 보니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생긴 모양이다. 그 잘난 일본도 자연의 힘 앞에선 어쩔 수가 없다. 그게 인간이다.. 인간은 자연을 결코 이길 수 없다.

그래서 가장 현명한 사람들은.. 그 자연 속에 순응하며 산다.
그 방법만이 자연 재해로부터 인간을 가장 확실하게 지켜주는 방법일 것이다. 만약 어리석게도 또 한번 자연을 이겨보려 노력한다면 자연은 몇배로 갚아 줄 것이다..


20년전 그 친구들의 명복을 빌며, 또한..
이번 수해로 하늘나라로 가신 모든 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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