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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마시고

자숙문어 데쳐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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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아버지와 함께 장을 봤다. 오랜만에 넓은 마트에 오시니 아버지가 이것저것 둘러보시면서 무척 재미있어 하신다. 예전 아버지 세대에는 동네 시장이 최고였는데 이제는 너무나 달라졌다며 아주 작은 단위로 포장된 야채를 보시고는 혀를 내두르신다. ^^ 나는 분당에 있는 이마트를 주로 가는데 이날은 홈플러스를 들렀다. 이유는 간단. 분당 정자동에 있는 이마트는 노인분이 다니시기에는 영 힘들다. 층 구조로 되어 있어 카트를 가지고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이게 영 거슬린다. 반면 오리역에 있는 홈플러스는 단층구조로 넓게 꾸며져 있다. 노인분이 다니시기에는 영낙없이 오케이다.

이런저런 일용할 양식을 준비하는데 문득 아버지가 한코너 앞에 서시더니 움직이지 않으신다. 다가가보니 자숙문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신 것 아닌가? 바로 카트에 올렸다. ^^ 솔직히 어떻게 먹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샀다. 뭐.. 물어보면 되겠지..어디에? 인터넷에 말이다.

 

홈플러스에서 사온 자숙문어 팩

 

나도 처음 알았지만 자숙이라는 뜻은 김으로 쪄서 익혔다는 의미란다. 물에 넣어 삶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데 이런 방식으로 요리를 하면 문어같은 종류는 훨씬 탄력있게 보관이 가능하고 맛도 뛰어나다고 한다. 그리고 계속 이어진 검색 결과.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내어 초고추장 혹은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 먹는 것이 문어의 맛을 최고로 즐기는 방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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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늘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다보니 무순과 마늘, 청양고추에 이어 양파까지 함께 준비를 했다. 삶는 방법은 변칙스타일을 동원했다. 일단 통채로 한번 살짝 데친 후 먹기 좋게 잘라 다시 한번 살짝 데치는 이중타법으로 요리를 한 것. 그 이유는 두번을 데쳐내면 속까지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 것 같았기 때문인데 역시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심할 것은 절대로 너무 오래 데치지 말 것! 고무같은 문어를 먹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

 

이게 완성품, 어려운 것 하나도 없더군요.
자.. 클로즈업.. ^^ 아.. 소주가 없었다는거..ㅜ.ㅜ

 

초고추장에 와사비를 살짝 풀어 쫄깃한 자숙문어를 찍어 먹는 맛은 아주 환상적이었다. 아버지도 무척 맛나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자식된 도리로 기쁘기가 그지 없다. ^^ 여기서 홈플러스 칭찬 한번 해야겠다. 연로하신 아버지가 계산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어디서 매니저 같으신 분이 오시더니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 계시라고 아버지를 안내해주셨다. 얼마나 고맙던지. 이런게 작은 감동을 주는 것 아닌가 싶다. 몇푼 싸게 산 고객은 언제든 더 싼 곳이 있다면 뒤돌아보지도 않고 가버리지만 손님에게 감동을 덤으로 준다면 손님은 영원한 고객을 뛰어넘어 그 매장의 전도사가 될 것이라는 마케팅의 평범한 진리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나원 자숙문어 먹기에서 마케팅까지 이어지다니 나의 구라도 참.. 어이가 없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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