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log2008/11/27 23:50
목요일인 오늘 몇 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그중 단연 내 마음을 이끈 것은 강풀 원작의 순정만화. 강풀의 원작만화는 그다지 본 기억이 없어 스토리를 알지도 못했다. 단지, 영화의 전제조건이 마음을 사로 잡았을 뿐이다. 30살 아저씨와 18살 여고생의 사랑이야기. 이거 솔직히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다. 상황은 조금 달라 아버님이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으로 부임하셨을 때 우리 어머님이 학생회장을 하셨고 그때 두 분 눈이 맞으셨다니.. ^^ 급하게 이 영화가 땡겼던 이유는 아무도 모르지만 솔직히 여기에도 있었다.

강풀 만화가 가지는 약점으로 알려진 카툰형식은 영화라는 긴 호흡을 가진 표현 장르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영화의 시나리오는 어렵지 않게 잘 풀어낸 느낌이고 유지태의 소심한 30살 아저씨 연기는 역시 노련함이 넘쳤다. 하지만 나머지 연기자들은 감독의 기술로 간신히 커버된 정도라고 할까? 강인은 조금 더 연기 공부를 해야할 것처럼 보였고 채정안과 이연희는 연기에 그다지 큰 고민이 없어보였다. 즉, 이말은 무난했으나 인상적이지는 못했다는 의미이다.


순정만화 영화 내내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 것은 조명과 촬영기법이었다. 주간 촬영에서는 의도적으로 역광을 이용하고 야간 촬영에서는 의도적으로 핀 조명을 이용해 만화스러운 몽환을 꿈꾸는 느낌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냈다. 그 절정은 영화가 지닌 은유의 첫번째 열쇠 가로등의 전구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깜박이는 가로등 넘어로 유지태의 팔이 닿고 이윽고 밝게 들어온 전구를 등진 유지태의 얼굴은 암전에 가깝다. 이런 빛의 테크닉은 영화 내내 계속된다. 유지태의 집 안 장면 그리고 유지태가 일하는 동사무소에서도 역광은 빛을 발한다. 자칫 실패하기 쉬운 장면이기에 감독의 고민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난 일부러 만들어낸 어설픈 필름의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밤 씬에서도 조명을 너무 밝게 쓰지 않고, 특히 정면 조명을 피하며 만들어낸 장면들은 더 애정이 갔다.

이 영화 속에는 라이카도 나오고 펜탁스 MX도 등장하지만 실제로 영화의 분위기는 마치 로모같다는 느낌이었다. 아주 칼처럼 세련된 콘트라스트 강한 화면을 피하면서 빛을 자유롭게 받아들여 셔터를 누르는 감에 따라 수만가지 사진을 연출하는 로모 카메라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예뻤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아주 지루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


10살 차이 여고생과 수학선생님이시던 부모님은 결혼을 하셨다. 어머님 친구분들이 집에 놀러오실 때면 늘 아버님께 선생님이라고 또박또박 인사하실때마다 난 속으로 무척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어머님을 아버님은 16년간 간병을 하셨다. 결혼 30년만에 쓰러지셔서 그 이후 16년을 간병을 하셨으니 그 사랑의 힘이 어디서 나오셨는지..

세상은 절대로 영화처럼 순정적이지 않다. 부모님처럼 최악의 상황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 엔딩이 있고 만화에는 맨 마지막 장이 있는 것처럼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누구도 그것이 순정이었는지 모른다. 우리 부모님이 지금껏 쓰고 계신 순정만화는 아마 아버님이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님을 만나시는 날 엔딩이지 않을까 싶다. 난 그저 그것이 해피엔딩이길 바랄뿐이다.

편하게 보는 예쁜영화 속에서 난 우리 부모님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


Posted by 짠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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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빨리도 쓰셨네 ㅋㅋ 트랙백 갑니당~ ^^

    2008/11/28 00:39 [ ADDR : EDIT/ DEL : REPLY ]
  2. 저도 오늘 보고 왔습니다. =)

    그간 강풀 만화 원작 치고 성공한 영화가 없었죠;;

    근데 이번 유지태 연기는 풋풋하고 즐거웠네요. 그게 전부였지만...orz

    2008/11/28 00:42 [ ADDR : EDIT/ DEL : REPLY ]
    • 전 나름 좋았습니다.
      단지 말씀하신 것처럼 유지태 내공을 제외하고는 다들 좀 내공이 떨어지는네 너무 확 들어나더군요.. ^^

      2008/11/28 14:49 [ ADDR : EDIT/ DEL ]
  3. 꺄악~ 유지태!!
    짠이 아빠님 글을 보니 남고로 교생실습 나갔던 생각이 나네요. 담당했던 반에 자알생긴 반장이 있었는데 실습이 끝난 후에도 가끔 제가 학교로 불러서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했었죠...흐흐흐^^

    2008/11/28 07:08 [ ADDR : EDIT/ DEL : REPLY ]
  4. 영화 이야기보다 부모님의 사랑이야기에 왠지 코끝이 찡해졌달까요^^*

    2008/11/28 10:38 [ ADDR : EDIT/ DEL : REPLY ]
  5. 아! 순정파이신 이유가 아버님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 인가보네요...

    2008/11/28 12:37 [ ADDR : EDIT/ DEL : REPLY ]
  6. 울컥 눈물이 납니다.
    제 아버님과 어머님도 띠 동갑 이상의 나이차이가 나셨죠.
    한분은 하늘에 한분은 그 분을 생각하며 이 땅에 살고 계십니다.
    ...
    오늘은 제가 직장생활을 하며 유일하게 멘토로 여긴 분이 2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떠나셨습니다. 주차장에서 배웅을 해드리는데
    저도 울고 제 멘토께서도 우셨습니다. 눈물이 날 만큼 사연들이
    있었거든요.

    어제는 하늘도 울었는데 .. 퇴근하고 나가면 밖은 기분좋은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눈물을 하늘이 거둬갈 수 있도록 ..

    2008/11/28 18:22 [ ADDR : EDIT/ DEL : REPLY ]
  7. 전 요즘에 수업이 아니고서는 영화를 도통 볼 일이 없어서^o^;;;...
    아~ 영화관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까마득하군요 ㅋㅋ

    2008/11/28 20:05 [ ADDR : EDIT/ DEL : REPLY ]
  8. 비됴왕

    앞으론 영화가 땡기실때는 언제든지 콜해주세요...~ ㅠ.ㅠ

    2008/11/28 20:08 [ ADDR : EDIT/ DEL : REPLY ]
    • 음.. 시커먼 사람 두명이 가느니... 내 혼자간다.. ㅜ.ㅜ

      2008/11/29 08:24 [ ADDR : EDIT/ DEL ]
  9. 만화로 잼나게 본건 극장 안가는 성격이라서리..ㅡㅡ;
    채정안이 갈수록 이뻐지긴 하더군요..

    2008/11/29 12:29 [ ADDR : EDIT/ DEL : REPLY ]
  10. 울아들이 얼마전 이 영화를 보고 자정을 넘겨 집에 왔던데... -_- 요즘은 개봉 영화 소식은 항상 아들에게 듣는 처지가 됐군요.. 생각난 김에 주말동안 영화나 한편 봐야겠어요..

    2008/11/29 19:40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그러시면 안됩니다.. ^^ 문화 생활을 즐기셔야죠.. ㅋㅋ

      2008/11/29 22:22 [ ADDR : EDIT/ DEL ]
  11. 레이님이랑 같이 보셨나보군요 ㅎㅎ 로모같은 영화라하시니 무척 영상이 궁금한데요~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유지태가 나오는 영화지만 만화원작들은 좀 보기가 꺼려지는데
    '항상 외로워 보이는' 지태 오라버니를 위해 한번 봐줘야겠는데요 ^^

    2008/11/30 13:03 [ ADDR : EDIT/ DEL : REPLY ]
  12. 강풀이 만화에서도 영화적 기법을 많이 사용한 것처럼
    영화에서도 특별히 역광을 쓴다든지, 약간 어설픈 사랑이야기를 은유하는 듯하네요.
    이건 조용한 사랑이야기니..누군가가 지루하다고해도;ㅋ 보러갈래요 ^^

    입소문 마케팅 책 공부하고 짠이아빠 블로그에 첨으로 왔는데
    뭔가 편안한 분위기가 나는 거같아요 ㅋ

    2008/12/01 01:56 [ ADDR : EDIT/ DEL : REPLY ]
    • 반갑습니다.. ^^
      아주 좋은 공부를 하고 계시네요.. 자주자주 블로그로 인사하죠.. ^^

      2008/12/01 04:13 [ ADDR : EDIT/ DEL ]
  13. 저도 영화의 그런 몽환적인 느낌이 처음엔 그런가보다했는데 웹툰을 재밌게 봤던 기대가 사라지면서 지루해지더니 그런 느낌 조차도 답답하게 느껴지더군요;; 순정만화를 꽤 좋아했던지라 저는 참 아쉬운 영화입니다.

    2008/12/03 11:40 [ ADDR : EDIT/ DEL : REPLY ]
    • 항상 그런 것 같습니다. 원작이 너무 좋으면 영화는 안보는게 좋은 것 같아요.. ^^

      2008/12/09 09:02 [ ADDR : EDIT/ DEL ]
  14. 이 영화 보고나서 댓글 달아요. 알콩달콩 연애스토리인줄 알았는데 보고나니 맘에 짠한게 마치 필름사진 같은 느낌. 낡은 골목길과 화면결이 필카 같아 너무 좋더군요. 감정의 흐름도 좋고 사람들도 다들 착하고 ^^ 이 영화를 택한 이유가 바로 부모님때문이셨군요 ㅎㅎ

    2009/01/30 17:15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