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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마시고

홍대앞 명소 리치몬드 제과점과 서림제과 - 이제는 추억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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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3살 때부터 1998년 그곳을 떠나기까지 30년을 홍대앞 서교동에서 살았습니다. 어린 시절 홍대앞에 있던 서림제과는 늘 동경의 대상이었죠. 빵을 만들어내는 냄새가 코를 유혹하고 또 어디에서도 먹을 수 없던 부드러운 식빵과 단팥빵 그리고 소브르빵을 먹을 수 있던 곳이 바로 서림제과였습니다. 예전에는 햄버거 집 지금은 편의점이 들어선 듯하고요. 사실 그 서림제과에서 저에게 최고는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지금도 파리바케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스틱형 아이스크림. 일명 아이스케키라는 녀석을 당시 서림제과에서 판매했었죠. 얼마나 달달하고 풍미가 좋았던지 지금도 그 느낌이 그리우면 파리바케트에서 아이스케키를 사먹기도 하는데 영 그때의 느낌이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청기와 주유소쪽으로 내려가던 길에 리치몬드 제과점이라는 곳이 생겼습니다. 당시로는 유동인구가 별로 없던 곳이었죠. 84년인가? 2호선 지하철이 개통되고 난 후 조금씩 유동인구가 생겼지만 리치몬드 제과점이 생길 때만해도 홍대앞에 비하면 시골이나 다름없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서히 리치몬드 제과점이 다양한 빵으로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스폰지 케익과 페스츄리 같은 당시 잘 없던 새로운 빵을 등장시키면서 바람몰이를 했죠. 그러던 사이 서림제과는 어느날 문을 닫았습니다. 서림제과가 문을 닫던 날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았죠.


그런데 2012년 1월 31일. 리치몬드 제과점 홍대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리치몬드 제과점 자체가 사업을 중단한 것은 아니기에 사실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 홍대앞에서 꽤 오랜시간 상징처럼 여겨지던 곳이 문을 닫으니 추억을 가지고 있던 많은 사람이 그리워 하는 듯합니다. 저도 솔직히 요즘에는 별로 못가봤지만 서운하더군요. 더구나 그 이유가 커피숍에 밀렸다고 하니.. 더더욱 아쉽습니다. 가게가 거리의 아이콘이 되고 몇세대를 내려오는 일본과 비교해볼때 우리는 너무 세속적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임대료 두 배 정도 받는 것과 수많은 사람의 추억이 과연 맞바꿀 수 있는 것인지 아쉽네요.

홍대앞 어딘가에 리치몬드 제과점은 다시 문을 열었으면 하네요. 꼭 그곳이 아니더라도 자리를 좀 옮기더라도 명맥을 이어갔으면 합니다. 우리 아이와 손주 손 잡고 이곳이 아빠가 너만할 때 매일 빵 사먹던 그곳이다라며 같이 빵 사먹는 날이 꼭 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가게 한 두개는 있어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이제 우리들 그만한 권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얄팍한 커피 브랜드의 상혼에 우리 영혼까지 팔아 먹을 수는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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