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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한방 다이어트, 달콤한 성공과 뼈아픈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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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일부터 한방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직접 체험해보고 효과를 본 후배의 생일선물이었기에 죽자고 달려들었다. 목표는 69킬로그램. 당시보다 11킬로그램 감량하는 목표. 내가 설계한 방법은 프로젝트 D-50일 작전. 5월 5일 결혼 18주년을 기념해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었기에 뱃살 없는 남편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한방 다이어트는 약을 먹으며 최소의 식사량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프로그램. 개인적으로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주로 과일에 의지해 한방 다이어트를 이어갔다. 한방 다이어트의 효과는 초반 일주일 동안 급격히 감량된다는 데 있다. 나도 일주일 만에 7킬로그램 정도가 빠지는 데 성공했다.

한방 다이어트가 좋았던 점은 식사하지 않아도 공복감이 크게 없다는 것과 그런 상태에서도 생활할 수 있도록 견디게 해준다는 것. 그렇게 급격히 감량하다 보니 다이어트 20일 만에 71.3킬로그램까지 체중은 내려왔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한방 다이어트가 확실히 속살 특히 내장지방 제거에 탁월하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듯.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뱃살을 없애자는 것이었으니 그 목표는 기막히게 잘 먹혔다. 줄어든 허리띠를 보니 성공은 눈앞에 있는 듯 듯했다. 아주 달콤한 순간이었다.

3/25일 이후 수술하고 나오니 체중은 73Kg까지 복귀, 퇴원후 다시 빠지기 시작

그러던 어느 날. 치킨을 조금 먹은 것이 전환점이 되었다. 오후 늦게 마치 체한 것 같아 약을 먹고 손발을 모두 바늘로 땄는데도 불구하고 명치 끝이 심하게 아프면서 답답한 느낌이 없어지지 않았다. 급기야 응급실행. 응급실에 도착해 문진이 시작되었다. 내가 다이어트 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원래 담석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응급실 담당의는 곧바로 담석증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담석증의 원인 중 하나가 급격한 체중변화이며, 원래 있던 담석이 다이어트로 결정이 강해지면서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CT를 찍어보니 담석이 담즙 통로를 막고 있어 자칫 염증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높아 보였다. 어렵게 시작한 다이어트의 끝을 수술이라는 뼈아픈 비극으로 끝내기는 너무 슬펐다.

담낭(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보관하는 주머니, 흔히 쓸개라고 함.)을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전신마취로 의식은 없었지만, 진통제를 하루 꼬박 달고 살 정도로 아팠다. 더구나 힘든 것은 복강경 수술은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배를 불룩하게 만드는데 그 후유증이 상당하다. 최대한 빼내고 봉합한다지만 잔류 가스 때문에 배가 불편하기 그지없다. 머리를 조금만 들어도 어지러운데 한번은 잠깐 기절을 했을 정도였다. 수술은 무사히 마쳤다. 예전에 초음파 검사를 통해 담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나마 진단과 수술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지만,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내시경을 해보고 별별 검사를 다한 끝에 담석을 알아냈을지도 모른다.


이산화탄소로 가득 불렀던 배는 아직도 조금 불룩하다. 그래도 오늘 체중계에 올라보니 다이어트 이후 최저 체중을 기록했다. 앞으로 체중 관리를 어떻게 할까 심히 고민 중이다. 쓸개를 잃어도 소화에는 지장이 없다지만 담즙이 주로 지방음식을 소화시키는데 사용되기에 고기류는 불편할지 모르겠다.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내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고 또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 말이다. 그 결론은 섣부르게 내리려 하지 않는다. 이제 몸 좀 추스르고 건강하게 지낼 방법을 다시 찾아야겠다. 나의 다이어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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