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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log

무라카미 하루키 1Q84, 너무 어려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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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처음 만난 것은 꽤 오래전 일입니다. '상실의 시대'를 읽고는 조금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는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기였고,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창작욕 때문에 어쩔 줄 모르던 시기였는데 '상실의 시대'를 읽고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버렸습니다. ^^ 그렇게 삐치고 나서는 하루키 소설을 멀리했죠. 마치 저에게 그는 마약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이미 그때 느낀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중년을 훌쩍 넘긴 지금 다시 그의 책을 만났습니다. 이제는 그에 대한 열등감도 좀 사라졌기에 아주 편한 마음에 1Q84를 손에 들었습니다.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하고 싶지가 않네요. 더구나 완결된 스토리도 아니므로 지금 무언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조금 어설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석 때 읽은 소설 아주 후진 기억력 덕분에 별다른 생각도 나지 않네요. 단지 리틀피플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나 이번에도 그의 소설은 더럽게 잘 읽힌다는 것입니다. 유년의 기억, 살인(소멸), 불완전한 가족, 섹스(씻김 혹은 해소), 종교(신이 아닌 인간에 의한)가 아주 적절하게 배합되어 숙성된 느낌이죠.

개인적으로는 조금 불필요하게 길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전의 하루키처럼 아주 임팩트 있고 간결한 구조가 아닌 점이 유일한 아쉬움이라고 해야 할 듯. 와세다 영화학과를 나온 그는 역시 얄미울 정도로 무슨 이야기든 잘 엮는 재주 많은 할아버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위안이라면 나보다 17살 많다는거.. 거꾸로 내가 그보다 17살 어리다는 것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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