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insky 2016

하루키를 처음 만난 것은 꽤 오래전 일입니다. '상실의 시대'를 읽고는 조금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는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기였고,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창작욕 때문에 어쩔 줄 모르던 시기였는데 '상실의 시대'를 읽고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버렸습니다. ^^ 그렇게 삐치고 나서는 하루키 소설을 멀리했죠. 마치 저에게 그는 마약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이미 그때 느낀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중년을 훌쩍 넘긴 지금 다시 그의 책을 만났습니다. 이제는 그에 대한 열등감도 좀 사라졌기에 아주 편한 마음에 1Q84를 손에 들었습니다.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하고 싶지가 않네요. 더구나 완결된 스토리도 아니므로 지금 무언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조금 어설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석 때 읽은 소설 아주 후진 기억력 덕분에 별다른 생각도 나지 않네요. 단지 리틀피플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나 이번에도 그의 소설은 더럽게 잘 읽힌다는 것입니다. 유년의 기억, 살인(소멸), 불완전한 가족, 섹스(씻김 혹은 해소), 종교(신이 아닌 인간에 의한)가 아주 적절하게 배합되어 숙성된 느낌이죠.

개인적으로는 조금 불필요하게 길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전의 하루키처럼 아주 임팩트 있고 간결한 구조가 아닌 점이 유일한 아쉬움이라고 해야 할 듯. 와세다 영화학과를 나온 그는 역시 얄미울 정도로 무슨 이야기든 잘 엮는 재주 많은 할아버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위안이라면 나보다 17살 많다는거.. 거꾸로 내가 그보다 17살 어리다는 것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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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정현아범 2009.11.16 08:50 신고

    저는 하루키 소설이 잘 안 읽히더라구요..ㅡㅡ;
    상실의 시대랑 해변의 카프카 두권 읽었던 거 같은데..
    머..그닥..
    왜들 열광하는지는 알겠지만..쩝..

    ※ 연수원 강의 갔더만 수고했다고 이 책을 주더만요..
    올해 안에 읽을까 모르겠네요..ㅋ

    1. BlogIcon 짠이아빠 2009.11.16 13:07 신고

      ㅋㅋ 직장인들이 쉽게 읽기에는 페이지수가 넘 많지..

    2. BlogIcon 조선얼짱 2009.11.25 15:02 신고

      저도 하루키는 좀 So So 더라구요.
      오히려 무라카미 류 작품은 열광을 하는데
      누군가 제게 아직도 정신적 성숙이 덜 되고
      자극에 민감해서 그렇다고 철 들란 말을 곁들이더군요..
      하루키 ... 잘 통하면 고고한건가?

    3. BlogIcon 정현아범 2009.11.25 17:08 신고

      얼짱님 오랜만에 뵙네요..
      저도 무라카미 류를 더 좋아해요..
      살짝 나른하면서 일탈하는 그런 맛이랄까요..

    4. 조선얼짱 2009.11.28 19:09 신고

      정현아범님 잘 지내시죠? 너무 오랜만 이에요.
      제가 경황 없단 이유로 소홀 했던듯 싶습니다.
      건강하시고 연말 이전에 아빠들 모여보길 희망 합니다.

  • BlogIcon 에코 2009.11.16 09:39 신고

    저는 이제 1권 절반읽어서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내용이 어쨋든 잘 읽힌다는점은 공감!!

    1. BlogIcon 짠이아빠 2009.11.16 13:07 신고

      ^^

  • BlogIcon login 2009.11.16 09:59 신고

    저는 하루키를 상당히 좋아해서^^ 재밌게 보았습니다. 엮인글도 걸어두고 갑니다. 수고하세요~

    1. BlogIcon 짠이아빠 2009.11.16 13:07 신고

      네.. 감사합니다. ^^

  • BlogIcon 호련 2009.11.16 13:11 신고

    오! 저도 어제 처음 앞부분 살짝 읽어보았는데 *^^* 반갑네요 ㅎㅎ

    1. BlogIcon 짠이아빠 2009.11.16 20:18 신고

      ^^ 후딱 넘어갈겁니다..

  • 프란시스 2009.11.17 14:04 신고

    생일선물로 클라라가 읽고 있는데 그러더군요. 하루끼가 늙었다보다고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하고... 늘어진다는 느낌이 노익장일수도...

    1. BlogIcon 짠이아빠 2009.11.18 14:30 신고

      나이가.. 그럼 몇갠데.. 할아버지지.. ^^

  • BlogIcon 모노마토 2009.11.20 18:08 신고

    책보다.. 키보드에 눈이 먼저 갔던 저는 진짜 어쩔수 없는 맥 빠 인가 봅니다 ㅠㅠ

    1. BlogIcon 짠이아빠 2009.11.21 00:08 신고

      ^^

  • BlogIcon 미도리 2009.11.29 23:18 신고

    읽으셨군요..거장이란 원래 어렵게 말하지 않는 법이지요...하루키는 단편의 톡톡 튀는 맛도 좋지만 묵직한 장편은 좀 더 진지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어 좋아요..나이가 들수록 더욱! 전 읽으면서 계속 얇아져가는 페이지수를 아쉬워했다는 ^^;

    1. BlogIcon 짠이아빠 2010.02.03 18:30 신고

      전형적인 글쟁이 스타일.. ^^

  • BlogIcon 중국여행객 2010.02.03 16:34 신고

    어려운 책이지만 추천할만 하더군요

    1. BlogIcon 짠이아빠 2010.02.03 18:30 신고

      예.. 말씀하신 것처럼 이해가 쉽지는 않죠.. ㅋㅋ

  • 와타나베 2010.09.20 23:38 신고

    어렵다면 어렵겠죠. 어쩌면 하루키 소설은 힘없어서 이리저리 치이고 사는 자신의 존재감 마저 의심돼는 사람들의 감성과도 비슷합니다. 강자들의 눈에는 약하고 비틀어져 버린 낙오자같은 느낌의 소설같을라나. 상실의 시대 20번정도 읽으면 하루키의 감성을 이해할수 있겠죠. 그리고 댄스댄스댄스 도 멋진소설입니다. 30대중반에 목표를 상실한채 방황하는 사람의 상태를 넘 리얼하게 그렸죠. 사는이유가 뭔지 몰를때. 모든이로 버림받은것 같은 도시인의 모습을 잘표현하셧습니다.

    1. BlogIcon 짠이아빠 2010.09.21 06:47 신고

      짧지만, 아주 인상적인 평론입니다. ^^ 멋지게 해석하셨네요.. 저는 그런 통찰력이 없어서.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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