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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log

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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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책꽂이에는 한 번이라도 읽어본 책이 대부분이다. 며칠 전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한 권이 막 떨어져 나가던 순간. 마땅히 서점을 가기도 뭐해서 책꽂이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떡이냐? 못읽은 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류시화 님이 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인도 여행 수필집. 그저 막연히 시인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가 인도를 그토록 사랑하는지 꿈에도 몰랐다.


꽤 오래전에 출판한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서 그는 인도 여행 경험을 통해 인도와 신 그리고 삶의 가치와 철학을 아주 평범한 생활 속 체험을 통해 우리에게 되묻고 있다. 비록 지저분하고 가진 것 없어도 신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도 사람의 삶은 그 자체가 수행이며 해탈이라는 것을 류시화는 자신의 경험 속에서 증명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비슷한 에피소드의 연속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행기라면 늘 먼저 떠오르는 맛집과 명소 그리고 쇼핑 아이템 같은 천박함이 아닌 삶이라는 인간 궁극의 숙제에 대한 고민의 연속이니 배울 것도 많았다.

여행은 우리 삶의 축소판이다.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서 인도에 대한 궁금증과 경외감도 있었지만,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삶이며 인생이고 수행이며 해탈이라는 것을 얼핏 이나마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늘 가벼울 수밖에 없는 나의 여행법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류시화는 인도 여행을 통해 찰라의 혀로 만족하는 맛집 기행이 아닌, 삶을 돌아보는 큰 가슴과 정신을 보여주었다. 그의 여행 방법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나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여전히 뒷골목의 맛집이나 뒤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인도에 대한 새로운 시각 그리고 여행에 대한 새로운 비전.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서 난 그 일부를 맛보았다. 최근에 찾은 여행에 대한 제일 맛있는 맛집 주방장은 다름 아닌 류시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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