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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log

[책리뷰] 중년의 자전거 로망, 자전거로 멀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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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자전거와 인연을 맺은 지 3년이 되고 있다. 솔직히 그 가운데 1년 정도 열심히 탔고, 나머지는 인형의 꿈처럼 멀리서 멈춰선 자전거를 바라보는 날이 더 많았다. 첫 1년은 열정이 컸다. 분당 구미동에서 사무실이 있는 잠실까지 국내 최고의 자출(자전거 출퇴근의 줄임말) 코스가 있었기에 날벌레가 입속으로 날아들던 여름에도,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손을 흔들던 가을에도 열심히 페달을 돌렸던 기억이 새롭다.

약 3개월 정도 정말 열심히 자출을 하니 뱃살도 많이 빠졌다. 희한한 것은 먹는 것은 오히려 늘지만, 살은 빠진다는 것. 그러다 추운 겨울이 오면서 사고로 발을 다치고는 자전거와 멀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무실 한쪽에 우두커니 서 있던 자전거 너머로 토양이 님이 자전거 책 번역 계약을 했다는 보고가 날아들었다. 이런 아이러니가 있나? 진짜 자전거를 사랑했던 건 내가 아니었던가? ^^ 그리고 몇 달이 지나 토양이 님의 세 번째 번역서 <자전거로 멀리가고 싶다(요네즈 가즈모리 지음, 미지북스 펴냄)>가 내 손에 들려 있었다. 


산뜻한 손 글씨로 책 제목을 하늘 위에 날려쓴 표지가 인상적인 자전거 책. 자전거를 타라고 조르는 일방적인 훈계형 책이 아닌, 40대 중년의 삶으로 느끼는 자전거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자전거로 멀리가고 싶다를 집필한 요네즈 가즈모리는 나와 참 닮은 중년의 일본인이다. 직업도 비슷하고 자전거에 대한 사랑도 비슷하고 단지 그와 내가 조금 다른 것은 나는 자전거를 출퇴근 중심으로 받아들인데 비해 그는 자전거로 무작정 멀리 달려가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정도.

그는 회사와의 출퇴근 거리가 왕복 25킬로로 나의 절반 수준. 나는 자전거 출퇴근 거리가 왕복 60킬로이다. 사실 왕복 25킬로는 자전거를 타기에는 조금 부족한 거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주말만 되면 그는 더 멀리 타고 싶었을 것이 뻔하다. 아침나절 집을 나서 1시간 30분을 달려 회사에 도착하면 처음에는 기진맥진 모든 체력을 소모한 듯하다. 하지만, 한 주, 한 달을 넘어가게 되면 그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개인적인 기록으로는 1시간 조금 넘어 30킬로를 돌파했지만, 실제로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속도에 대해 자랑하는 것은 참 헛된 일인 것을 알기에 솔직히 속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자전거로 멀리가고 싶다>는 평범한 에세이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런 저런 이유를 차분하게 털어놓고 있다. 매일매일 무료한 일과에 흔들리는 중년이라면 읽어볼 만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저자의 글보다 더 뛰어나고 깔끔한 번역 실력을 보여준 토양이 님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다음 책도 기대된다.

자전거로 멀리 가고 싶다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지은이 요네즈 가즈노리 (미지북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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