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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사촌형과 태양전지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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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던 무렵. 까까머리 나는 수재로 소문난 사촌형 덕분에 서울대학교 기숙사 구경을 했었다. 사촌형은 공부도 잘했지만, 어린 나의 엉뚱한 호기심에도 차근차근 답을 구해주던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형과 함께 배정받은 방을 찾았을 때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이유는 지금 축구해설가로 활동하는 강신우 님이 사촌형을 반갑게 맞아주었기 때문. 어린 나이에도 정말 잘생겼다고 생각할 정도로 멋졌던 기억이 난다.

사촌형의 학부 전공은 물리학.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이 빼곡히 적힌 영어 원서를 들고 말도 안 되는 토론으로 밤을 새웠다. 나의 천진난만한 상상을 하나하나 귀 기울여 들어주고,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던 형의 진지한 얼굴이 눈에 선하다. 사촌형은 실력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자리를 잡기 어려웠다. 그래서 미국으로 건너갔고, 미국 대학에서도 탐낼 정도의 인물이 되어 돌아왔다. 지금은 국내 모 과학원과 미국을 수시로 왕래하는 과학자가 된 사촌형. 어린 시절 나는 그 형님이 국내 최초의 원자탄 개발자가 될 거라는 상상을 했지만, 형님은 플라스틱 태양전지 분야에서 일취월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 효율을 가진 단일구조 플라스틱 태양전지를 개발해 네이처 포토닉스에 게재하기도 했으니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 (이모님은 매번 이런 경사가 생기면 가장 먼저 전화를 주신다.ㅋㅋ)

계단 위에 있는 챠양에도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되어 있다.

태양 에너지는 재생 가능 에너지로 화석 에너지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어린 시절 한 때 집집이 태양열 집열판을 지붕에 올리는 게 유행이던 시절도 있었는데, 어느 날 그렇게 많던 태양열 집열판이 싹 사라졌다. 아마 효율이 좋지 못하니 당연히 도태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최근 다시 태양열 집열판을 이곳저곳에서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동네 앞 탄천 주변의 가로등 같은 곳에도 작은 태양열 집열판이 붙어 있고, 스튜디오 촬영을 위해 찾아갔던 지방의 미디어 단지에서도 곳곳이 온통 태양열 집열판이었다.

주차장 쪽으로 설치된 같은 차양에도 역시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되어 있다.

문득, 형님 생각이 나 자료를 찾아보니 형님이 개발한 플라스틱 태양전지라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지금 개발된 것은 아주 얇은 막 같은 느낌인데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기에 차세대 TV나 의류, 태양열 에너지 유리 등 효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단다. 갑자기 가슴이 뿌듯해진다. 돈과 빽이 아닌 자신만을 믿고 정말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 노무현 대통령이 남겨준 우리의 숙제가 하나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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